[기자수첩] 감염병보다 무서운 혐오증

입력 2020-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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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효선 국제경제부 기자

때때로 두려움과 공포는 차별과 혐오를 낳았다. 과거 ‘한센병’에 대한 인식이 그랬다. 일종의 미코박테리아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이 병은 ‘나병’, ‘문둥병’이란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피부와 손발이 썩어들어가는 질병으로 인식돼 온 이 병은 중세시대에는 ‘신의 저주’라 불릴 정도였다. 환자들은 오랜 기간 질병과 함께 차별과 혐오를 견뎌냈다. 치료법이 발견된 뒤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한센병 환자들이 수십 년을 고립된 채 살아야 했다.

비슷한 현상이 21세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성 우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로 시작된 혐오는 이내 전체 중국인들로, 나아가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증오로 확대됐다. 심지어 아시아계를 겨냥한 무차별적 증오범죄도 벌어지고 있다.

한 국가 내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있다. 4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던 일본의 한 20대 여성은 “마치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이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와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든지, 혹은 만난 적도 없는 야구선수와 식사를 했다든지 하는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심지어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향한 차별 현상도 나타났다. 해외의 일부 간호사들은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에서 환영받지 못하는가 하면, 몇몇은 택시 운전기사들로부터 승차 거부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러한 사례는 소수일 뿐, 대다수 전 세계 사람들은 이러한 차별과 혐오에 가담하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독일의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시 ‘그들이 왔다’에는 공산당이 아니니까, 유대인이 아니라서, 가톨릭 교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치의 숙청을 침묵했고, 그 결과 자신이 숙청 대상이 됐을 때 나서줄 자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바이러스는 이 시에 등장하는 나치보다 훨씬 무차별적이다. 이 차별과 혐오에 침묵한다면 나중에 당신이 그 대상이 됐을 때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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