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NG선 23조 수주, 결국 최고경쟁력이 위기 이긴다

입력 2020-06-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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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 3사가 카타르 국영석유회사로부터 100척 이상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한꺼번에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3사는 카타르페트롤리엄(QP)과 LNG선 건조공간(슬롯) 예약계약을 맺었다. 대규모 사업의 정식 발주에 앞선 계약이다. 수주 규모는 2027년까지 100여 척, 금액은 700억 리얄(23조6000억 원)로 한국 조선업 사상 최대다.

수주 가뭄에 시달리면서 중국의 추격에 쫓기던 우리 조선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후퇴와 물동량 감소, 유가 급락이 겹쳐 선박 발주가 사실상 끊긴 상태였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첨단 선박의 일감도 확보하게 됐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2027년까지 1억2600만t으로 확대하는 증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NG 운반선도 74척에서 19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1차 발주에서는 중국 업체가 16척 규모를 가져갔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선박금융 지원 덕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의 이번 2차 발주 물량은 한국이 모두 차지했다.

LNG선 대량 수주의 원동력은 우리 기업들의 독보적 경쟁력이다. 천연가스의 압축·보관·운송에서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LNG선 건조는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그만큼 부가가치도 높다. 조선 3사는 화물창, 연료공급시스템, 재액화설비 등 핵심기술에서 초(超)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번 수주로 LNG선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확실하게 굳혔다. 다른 LNG프로젝트의 후속 수주가 잇따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러시아의 북극 쇄빙LNG선과 모잠비크의 LNG선 발주도 조만간 예정돼 있다.

시사하는 바 크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공급망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압도적 기술경쟁력만 뒷받침되면 위기극복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선뿐이 아니다. 지난달 우리 수출이 23.7%나 감소한 가운데에서도 반도체는 7.1%의 성장세를 보였다. 초격차의 경쟁력이 밑거름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잘하는 산업과 기업이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도록 걸림돌을 치워주면 된다. 기업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투자를 늘리며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여건 조성이 관건이다. 지금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는 규제의 장벽과 노동시장 경직성이다. 이를 해소하는 것은 막대한 돈을 쏟아붓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재정역량을 총동원하고 투자 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 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규제의 철폐와 노동시장 개혁 등 기업활력을 높이기 위해 절실하고 화급한 사안은 여전히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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