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기 따라 항암화학요법 치료목표 달라져
위암은 위장에서 생기는 악성종양을 뜻한다. 하나의 질병을 뜻하기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하위유형(subtype)까지 포함하는 용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위암’은 위장 내벽 상피세포에 발생하는 암이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을 통한 절제만으로 충분히 완치 가능하다. 병기 1~3기까지는 수술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지만, 수술 후 2~3기 위암은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6~12개월 간 보조항암화학요법이 꼭 필요하다.
경희대학교병원 종양혈액내과 맹치훈 교수는 “환자들과 면담하다 보면 많은 환자들이 수술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거나 몸 안에 남아 있는 암이 더 있어 항암 치료를 추가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은 계획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경우에 시행할 수 있는 치료로,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반면, 4기 위암에서는 완치를 전제하는 치료보다는 항암화학요법으로 병을 조절한다. 즉, 완전히 암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증상을 완화하거나 줄이고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목적을 둔다. 위장이 아닌 다른 신체 부위에 옮겨 자라는 현상, 이른 바 전이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한 이유는?
위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항암화학요법’은 전신적 약물 치료다. CT, MRI 등 영상검사를 통해 식별 가능한 병변뿐 아니라 육안으로는 보지 못하는 ‘미세한 암세포가 신체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10억 개 정도의 암세포가 한데 뭉쳐야 영상 검사에서 식별 가능한 수준인 직경 1cm 정도의 작은 부피를 형성하기 때문에 암세포 존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수술 후 병기가 2-3기 정도로 진행된 경우에는 원래 발병한 위암 병소를 수술로 제거했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병소가 숨어있을 수도 있기에 보조적으로 미세잔존암을 사전에 제거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맹 교수는 “환자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영상검사에서 관찰되는 전이 병변을 하나씩 걷어내는 수술을 해볼 수는 없는지’에 대한 여부”라며 “암은 영상검사에서 드러난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더라도 분명히 (현미경적 크기로 미세하게) 존재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위암의 경우 전이가 발생했다면 ‘전신질환’으로 간주하고 국소적 치료보다는 전신적으로 작용하는 항암화학요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암화학요법은 항암제를 순차적으로 조합해 사용, 통상적으로 약을 쓰는 우선순위에 따라 1차, 2차, 3차 등으로 구분된다. 병세의 진행 정도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약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1차에는 백금계 항암제라고 불리는 성분을 주로 활용한다.
◇항암치료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
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언제까지 항암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지다. 수술 후 2~3기 위암 환자에게 활용되는 항암화학요법은 6~12개월이라는 명확한 치료 기한이 있다. 하지만 전이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는 보통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치료를 언제까지만 하면 ‘졸업’할 수 있다는 식의 맺고 끊음이 분명치 않다. 치료 기간은 환자 의지가 아닌 약물 효과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맹 교수는 “항암화학요법이 더 이상 불가능할 경우 환자의 임상적 상황에 따라 대학병원보다는 가까운 요양병원 등에 입원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지만, 적어도 ‘해줄 것이 없다’는 말은 의료진으로서 명백히 틀린 말”이라며 “항암화학요법을 받지 못하는 위암 말기 환자야말로 다양한 통증에 시달려 힘들어하기 때문에 이를 케어하기 위한 의료진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