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가 300여 일을 지나 거의 1년이 다 돼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100대 핵심전략기술 선정해 범부처 소재·부품·장비 지원 정책의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또 이를 개발·생산할 특화선도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 금융, 규제 완화를 아우르는 범부처 전용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한다.
이와 함께 32개 공공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융합혁신지원단을 출범하고, 소부장 기업지원 역할 확대를 위한 지원 및 제도개선 방안을 수립한다. 국내 소부장 밸류체인의 완결성과 집적을 통한 혁신 촉발을 위해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육성 및 입주기업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는 13일 대전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제4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위원회'를 열고 '핵심 전략기술 선정 및 특화선도기업 육성방안' 등 5개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달 1일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 이후 처음 개최된 이번 위원회는 법에 규정된 핵심 전략기술, 특화선도기업, 특화단지 등 신규 정책의 본격 추진을 위한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소부장 분야 핵심 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이를 개발·생산할 기업을 선정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한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지금이 오히려 한국 기업에는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좁힐 기회라고 판단, 주력산업과 신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전략기술을 선정한다.
또한 핵심 기술별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과 중장기 성장전략을 보유한 기업을 선정해 개발·생산·글로벌화 전 과정을 관계부처가 종합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핵심 전략기술 선정 결과를 고시하고 특화선도기업 선정 공고를 내 3분기 중 선정할 계획이다.
핵심전략기술은 산업 안보적 중요도와 국내 산업생산에 미치는 영향 등 파급 효과를 고려해 결정한다.
1월 발표한 100대 핵심 전략품목을 중심으로 산·학·연 전문가 검토를 거쳐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기계·금속. 전기·전자, 기초화학 등 6대 분야에서 100대 기술을 추린다.
특화선도기업은 총 100개를 선정하되 신청 기업의 역량, 기술의 중요도와 시급성 등을 고려해 몇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특화선도기업에는 연간 최대 50억 원의 대규모 R&D를 자율 방식으로 지원한다.
또한 고난도 핵심전략기술 개발에 참여할 경우 민간부담금 비중은 대·중견기업의 경우 각 67%, 50%에서 35% 이상으로, 중소기업은 33%에서 20% 이상으로 완화했다. 현금 부담 비중은 모두 10% 이상으로 낮춘다.
아울러 32개 공공연구기관으로 구성된 융합혁신지원단이 특화선도기업에 원천기술 이전, 기술 자문, 인력파견 등을 최우선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의 선(先) 설비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소·중견 특화 선도기업에는 산업구조고도화지원자금 등 설비투자 자금 대출을 우선 지원하고, 4000억 원 규모의 소부장 성장지원펀드를 통해 인수합병(M&A), 설비투자를 돕는다. 벤처캐피탈(VC) 등이 중소 특화선도기업에 투자하는 경우에는 한시적으로 양도차익과 배당소득 비과세를 적용한다.
이와 함께 '규제 하이패스' 제도를 도입해 특화선도기업의 규제 관련 부담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고 일원화된 규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특화선도기업에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인허가 규제 사항에 대한 관계 부처의 패스트트랙 의무를 적용하고, 경쟁력위원회 산하 제도 개선 전문위원회에서 유사·중복 규제나 과도한 규제를 검토해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달 7일 32개 공공연구기관 협의체로 출범한 '융합혁신지원단'의 소재·부품·장비 기업 지원 강화를 위한 실행계획도 제시됐다.
융합혁신지원단은 공공연구원 간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기업 지원 역량을 결집하고 상설 기업지원데스크를 신설해 인력·장비·데이터베이스(DB)를 공유하는 한편 기업 맞춤형 지원, 테스트베드(시험장) 확충과 신뢰성·양산 평가 지원, 상생형 협력 지원 확대를 추진한다.
공공연구원이 기업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성과 인센티브 체계도 개편한다.
정부는 공공연구원 연구인력이 연구와 기업지원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겸직을 처음으로 허용했고 기업지원 우수 연구자와 기관에는 성과평가 시 가점·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기업에 연구인력을 파견하거나 기업이 연구인력을 고용할 경우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범위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정부는 산업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생산 허브로서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를 지정해 육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소재·부품·장비 집적화 정도가 높은 기존 산업단지와 집적화를 위해 신규 조성(계획) 중인 산단을 중심으로 올해 1∼2개의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를 시범 지정하고, 추후 수요에 따라 확대한다.
특화단지에는 범부처 차원의 강력한 패키지 지원을 제공한다.
또 기술개발 이후에도 사업화 과정에서 각종 실증과 성능 시험 수요가 많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공용 테스트베드를 확충하고 시험 분석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할 방침이다.
입주기업에 대해서는 기술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수요-공급기업 간 양산 성능 평가, 정보 공유 등 상시 협력을 강화해 사업화 성공률을 높인다.
화학물질 사용 등으로 인프라 구축이 까다로운 산업에는 수도·전기·통신·가스·하수도·공공폐수처리·폐기물처리시설 등 각종 기반 시설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1월 22일 제3차 경쟁력위원회 6건의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모델을 승인한 데 이어, 이날 7건을 추가로 승인했다.
대상 품목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항공기용 소재, 이차전지 공정 장비, 반도체 공정 로봇, 불소계 필터 소재 등이다.
장비 개발과 방산 분야 협력을 협력 모델에 처음 포함했으며 기존의 전속거래 관행에서 벗어난 수요처 교차 납품 방식 등을 채택하는 등 협력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