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 투성이 '최저가 낙찰제' 재검토 시급

입력 2008-10-15 08:34 수정 2008-10-1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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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절감 차원 확대 시행에 극심한 부작용

정부 관리 공사의 예산절감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도 확대와 관련 극심한 부작용이 표출되고 있어 시급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2001년 조달청은 처음 정부 공사 계약방식으로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했다. 도입 초반 1000억 원 이상 공사에만 순수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다가 2003년 말부터 2006년 5월까지 500억 원으로 확대됐고 이후 현재까지 토목공사의 경우 300억 원 이상, 건축공사의 경우 100억 원 이상의 공사에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100억원 이상의 공사로 확대 적용한다는 게 정부 방안이다.

그간 도로나 철도 등 단순 토목공사를 턴키로 발주해 가격보다는 설계를 잘하는 업체에 유리하도록 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지만 문제점들로 인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견해가 쏟아지고 있다.

◆ 무엇이 문제인가

건설업계가 꼽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의 문제점은 ▲계약 수주를 위한 무리한 저가투찰 ▲저가 낙찰에 따른 부실시공과 경영환경 악화로 연쇄 부실과 도산 ▲건설현장 근로조건과 지방경기 악화 ▲입찰과정상 기업과 심사위원 간 유착 가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조건 계약을 따내고 보자는 식의 입찰에 뛰어들어 공사를 수주하다 보니 가격은 예정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상위 100위 내 건설사들이 수주해왔던 최저가낙찰제공사도 대부분 예정가격의 60%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낙찰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적자가 불보듯 뻔하지만 인력과 장비를 놀릴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일정 수준에 공사 품질을 맞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입찰과정에서 비리 가능성도 심각하다. 조달청은 2004년부터 입찰금액 적정성 심사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00억원 미만의 공사의 경우 조달청 내부 심사위원 2명, 외부 4명, 발주처 1명으로 이루어진 총 7명의 심사위원을 통해 업체 평가를 하고 있다.

문제는 입찰 심사위원 중 조달청 공무원인 내부 심사위원은 감사실을 통해 심사 하루 전 통보받고 토목 건축 관련 부서의 인력풀이 30명 이하여서 마음만 먹으면 내부에서 쉽게 명단을 빼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올 9월에는 강원도청이 발주한 공사금액 372억원의 남산-춘천간 도로 확장 및 포장 공사 심사과정에서 조달청 전 공무원 안 모씨가 지난해 부도가 난 K건설에게 심사위원 명단을 유출하고, 이와 관련해 다른 심사위원들도 함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적발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입찰심사 특성상 문제가 반복될 여지는 앞으로도 농후할 수 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업체들은 지방 중소 건설사들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가격은 일정 수준 보장하고 기술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건산연에 따르면 최저가낙찰제가 300억원 이상 모든 공공공사로 확대되면서 연간 9만5000여개에 달하는 건설현장 일자리가 줄었다.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1만5000여개의 일자리가 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산연 이승우 연구위원은 최저가 낙찰제 세미나에서 “최저가공사를 3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하면 해당 물량의 86.5%가 몰려있는 지방소재 시공능력 순위 500∼2000위권의 중소 건설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 국감서 여야가 하나돼 맹공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4일 벌인 조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저가 낙찰제도와 관련해선 여야가 따로 없이 집중 맹공이 퍼부어졌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서 지나친 경쟁을 야기시키는 저가입찰 반복이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덤핑 입찰이 건설업계의 경영상태를 악화시켜 결국에는 부실시공과 저가 하도급에 따른 중소건설업체의 부도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조사한 건설업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사현장의 실제소요금액은 공사예정금액의 약 75%정도이나 지난해의 경우 평균 낙찰률은 66%대에 머물고 있어 건설업계의 경영악화나 부실시공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은 "구체적인 대안없이 중소 지방 건설업체들이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고 연쇄 부도, 품질 저하와 부실시공 등은 더욱 심화될 위험성이 있어 이에 대한 조달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금융위기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한 현재 선진국들이 도입중인 최고가치 낙찰제 등 여러 제도의 장단점을 좀 더 면밀히 따져보고 우리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건설업체들의 과도한 덤핑 입찰로 인해 낙찰률이 실행낙찰률인 70%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낙찰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입찰에 참여한 대형건설사들은 덤핑 손실을 전가함에 따라 영세한 하청업체들만 고통을 받는 상황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심사위원회를 민간위원으로 구성해 공정성을 기한다고 하지만 심사위원회가 또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며 자칫 최저가심사제 자체가 무력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달 4일 372억원의 대규모 국채 토목공사 입찰에서 특정 건설사에 최저가낙찰제 심사위원 명단을 넘겨주고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며 심사위원 명단의 사전 유출 위험성도 경고했다.

같은 당 강성종 의원은 "최저가낙찰제 100억원 이상 확대 시행은 정부가 재정 부족을 메꾸기 위한 차원"이라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최근 업무보고를 통해 최저가낙찰제 100억 원 이상 확대를 통해 약 4600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발표한 것은 예산절감 효과와 비교해 고용감소나 지역경제침체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클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조달청은 구체적인 대책과 관련해 뾰족한 답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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