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왜 육가공 공장만 초토화?...‘탐욕’이 부른 비극

입력 2020-05-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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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육가공 공장에서 직원이 고기를 기계로 썰고 있다. 디트로이트/AP연합뉴스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육가공 공장에서 직원이 고기를 기계로 썰고 있다. 디트로이트/AP연합뉴스

미국에서 때 아닌 ‘육류 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의 대표적 육가공 업체들이 줄줄이 ‘셧다운’을 선언하면서다. 코로나19가 전방위적으로 맹위를 떨치면서 육가공 공장에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간 다른 식료품 공장들과 달리 왜 유독 육가공 공장만 초토화됐을까. 지난 수년간 육가공 업체들의 ‘탐욕’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몇 주간 스미스필드푸드와 타이슨푸드, JBSUSA 등 미국 주요 육가공 업체들이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공장 폐쇄에 들어갔다. 25만 육가공 및 식품가공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UFCW는 업계에서 2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고, 6500명이 이미 감염됐거나 노출됐다고 밝혔다.

UFCW 조사 결과, 22개 육가공 공장이 일시적으로 폐쇄되면서 미국 내 육류 생산 능력의 최대 80%가 멈춰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육가공 공장 폐쇄 여파는 업계 전반에 걸쳐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 축산업계에서는 육가공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수천 마리의 돼지가 갈 곳을 잃는 ‘병목현상’이 일어났고, 축사는 포화상태에 직면, 결국 축산업체들은 멀쩡한 돼지들을 살처분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비상식품 비축 등의 용도로 육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돼지고기와 쇠고기 등 육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몇 주 내 육류 대란 경고까지 나오는 판이다.

제프 신들러 위스콘신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육가공 시설 셧다운이 길어지거나 생산 능력이 제한되면 상점에서 육류를 사기 힘들어지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육가공 시설을 계속 가동하라는 행정명령 카드까지 꺼내들 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 육가공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식품 공급망 혼란이 심각해지자 식품가공 시설을 필수 인프라로 지정해 가동을 지속시키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대혼란이지만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매스를 들이댔던 업계 관행이 이 같은 불상사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된 결과 열악한 작업 환경이 전반에 퍼졌다. 벤 릴리스톤 미국 농업무역정책기구 공동 책임자는 “수년간 업체들이 생산 작업 속도를 높여 더 많은 육가공 처리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면서 “빠른 작업 속도는 곧 공장 근로자들을 더 촘촘하게 배치하는 것으로 귀결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노동집약적인 육가공 작업의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다른 식료품 업계 노동자들이 기계를 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육가공 공장 근로자들은 육류 그 자체를 만지고 주물러야 한다.

스티브 마이어 컨스앤드어소시이트 이코노미스트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고기가 지나갈 때 많은 근로자들은 뼈, 살 등을 발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육가공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촘촘하게 서 있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작업 과정에서 근로자들 간 거리가 3~4피트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서 사람들은 최소 6피트 거리를 둬야한다.

개선 여지는 있을까. 업체들에 ‘공간 확보는 곧 비용’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근로자 수를 줄이면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속도를 늦춰야 하고 이는 곧 생산량 감소를 의미한다. 근로자의 공간 확보는 업계의 수익과 직결된 만큼 양보하기 쉬운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다.

스미스필드푸드는 지난주 발표한 성명에서 “육가공 처리 시설은 노동집약적인 생산 방식”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설계된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근로자 보호를 위해 가능한 빨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현재 작업 환경은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일부 육가공 공장에서는 기계 및 자동화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육가공 공장의 전면적 기계화 전망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현재 로봇을 들여놓은 공장들조차 여전히 도축과 분해 작업을 사람에 의존하고 있다.

신들러 교수는 “동물을 도축하고 가공하는 대규모의 사람들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인간 노동에 가장 의존적인 현장에서 작업 비용을 헐값으로 때우려는 탐욕이 비극을 불러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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