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등교 개학, 서두를 일인가

입력 2020-04-20 12:57 수정 2020-04-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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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사회경제부장

우리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교사와 스킨십이 없다 보니 어색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럭저럭 잘 하고 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50만 명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모두 온라인 개학에 들어갔다.

이달 9일 중3‧고3을 시작으로 16일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1~2학년, 고등학교 1~2학년, 20일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1~3학년이 영상을 통해 수업을 듣는다. 초기 교육 플랫폼의 접속 장애 등 시스템 오류는 잦아들었다.

다만 원격 수업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쌍방향 실시간 수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녹화영상, 과제물 중심의 단방향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부터 전날 0시 기준 20~30명대였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3~17일 20명대를 유지하다가 18일 10명대로 떨어졌다.

19일엔 8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월 18일 이후 61일 만이다. 20일은 13명으로 전날보다 조금 늘었지만 지난달 3일 이후 47일 만에 처음 서울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종전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된 형태로 유지키로 했다. 다음 달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되 종교‧유흥‧학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권고를 ‘운영중단’이 아닌 ‘운영제한’으로 변경했다. 출입 전후 발열체크, 간격 유지, 환기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면 문을 열어도 좋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진정세와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 침체된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란 점에서 이해는 간다. 막판까지 방심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간다면 이번 완화 조치가 경기 회복에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등교 개학’은 전혀 다른 문제다.

종교시설, 체육시설, 학원 등은 안 가면 그만이지만 교육은 의무다. 등교 개학이 결정되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좁은 교실에 학생들을 몰아넣고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많이 줄었으니 방역 수칙만 잘 지키며 공부하자라고 말할 순 없다. 어른들의 오만이자 무책임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개인위생 관념은 떨어진다. 친구들과 맘껏 뛰놀기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마스크를 씌울 수 없는 노릇이다. 시끌벅적한 급식 시간은 또 어쩔 것인가.

아이들의 등교 결정은 가장 보수적이어야 한다. 최소 2주일간 신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을 때 그나마 고려해볼 만하다.

신규 확진자 수가 적어졌다고 벌써부터 등교 개학을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행동이다.

교육부는 원격 수업을 두고 정보기술(IT) 강국의 이점을 살린 혁신 사례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코로나19가 종식된 것도 아닌데 등교 개학을 굳이 하겠다는 것은 모순된 상황에 스스로를 가두는 꼴이다. 온라인 개학은 결국 땜질식 처방이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다.

방역 모범국가라며 세계가 극찬했으나 개학 후 확진자가 폭증한 싱가포르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은 현재로썬 그저 조심하는 것만이 최고의 방역이다. 자칫 느슨한 생각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온 국민이 감내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섣불리 등교 개학을 논의하기보다 교육계와 머리를 맞대 현재 진행 중인 원격 수업의 효율성을 더 높일 방안을 찾는 게 옳다.

등교 개학은 한국 사회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에게 자녀의 건강보다 소중한 것도 없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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