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은 채권시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국고채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반면, 회사채시장 불안은 여전해 크레딧 스프레드는 확산일로다. 물가채도 부진해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해 있다.
이런 와중에 채권시장은 또 한번의 변화를 맡고 있다.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경제활동 재개 가능성도 확산하고 있어서다. 국내만 보더라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한자릿수대까지 떨어지며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무리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 0%대까지 떨어진 3년물 금리 향배와 변수는 = 코로나19 초기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달러화 쏠림에 통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됐던 채권시장마저 흔들렸다. 이후 한국은행은 국고채 단순매입을 비롯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만에 처음으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큰 폭 인하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일 기준 0.944%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3년물 금리 하락폭을 따라가지 못해 10년-3년물간 금리차는 17일 기준 43.2bp에 머물고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금리가 당분간 1% 내지 0.9%(국고채 3년물 기준) 선에서 안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장단기 금리차(스프레드) 축소와 관련해서는 전망이 갈렸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금리는 3년물 기준 0.9%, 10년물 기준 1.4%에서 하단 테스트를 하겠지만, 하단을 뚫거나 10-3년 스프레드를 축소시킬 모멘텀은 부족해 보인다”면서도 “아직 부양책이 남아있어 금리 하방과 스프레드 축소 압력이 우위에 있다”고 전했다.
반면,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단기금리는 금리인하 기대나 당국 정책으로 하향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3년물이 0.9% 내지 0.8%대까지 가려면 올 경제성장률(GDP)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하게 형성돼야할 것이다. 이는 2분기 GDP까지 나와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금리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이슈와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에 추가 적자국채발행 부담이 있다. 장단기 스프레드가 생각보다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금리 방향을 결정할 변수로는 속속 발표될 경제지표와 향후 경기전망,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여부, 정부 부양책에 따른 추가 적자국채 발행 등 수급요인을 꼽았다. 다만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과 포스트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반등 가능성 등에 비춰보면 올 하반기부터 채권시장이 우호적일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리변수는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과 수급상 공급부담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다만 수급만으로 금리가 오를지는 의문이다. 한은만 봐도 국고채 단순매입이나 유동성 공급 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빠르게 오른다면 정책당국에서 추가 대응이 나올 것”으로 봤다.
반면,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공포가 해소되면 단기에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앞으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라며 “금융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안정되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힘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짚어볼 변수”라고 봤다. 그는 이어 “백신 치료제가 나오면 하반기부터는 위험선호를 반영할 것이다. 채권시장이 아주 좋은 환경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한은 사상 첫 회사채담보 증권사 특별대출, 회사채시장은 =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는 회사채 시장은 최근까지도 기업어음(CP) 등을 중심으로 불안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대응도 한층 강화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했다. 한은도 무제한 91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키로 한데 이어, 지난주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특별대출을 결정했다. 특별대출 골자는 잔존만기 5년이내 AA-등급 이상 회사채를 담보로 가져온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에 대해 한은이 10조원 한도에서 최장 6개월간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스프레드는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실제 17일 현재 국고채 대비 회사채 스프레드는 114.2bp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월6일(115bp) 이후 10년6개월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채권전문가들은 크레딧채 발행에 숨통이 트이고, 이같은 영향이 유통시장까지 확산되는 다음달 초나 돼야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채권평가사(채평사)들의 금리 반영은 통상 보름정도 딜레이 된다는 점에서 회사채 스프레드 확대 방향이 단기간내 바뀌기는 어렵다. 5월초는 돼야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 특별대출이 유동성 안전판이라는데는 의견을 모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모습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색 우려가 있던 증권사들의 단기자금 대응력이 개선될 것이며,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약정이나 확약물에 대한 우려는 감소할 것이다. 회사채 시장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캐리트레이드(차입거래·carry trade)로 여전채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반면, 윤여삼 연구원은 “10조원이 적은 규모는 아니나 회사별로 보면 1조원 내외 수급정도다. 회사채 담보는 진일보한 정책이긴 하나 증권사 입장에서는 ABCP가 포인트”라며 “한은 입장에서는 아직 경색국면은 아니니 전체적인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신호를 준 정도”라고 말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무제한 RP매입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하나 RP는 기간을 두고 되팔아야 하는 것이다. 3개월 정도 돈을 굴리는 정도밖에 안된다. 특별대출도 한은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은이 지원의지를 밝힌 정도”라며 “정책 자체 영향보다는 추가 대응책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준게 더 큰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 20달러 무너진 국제유가 물가채·BEI는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추락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부진까지 겹치며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 17일(현지시간) 배럴당 18.27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물가채와 BEI도 부진한 흐름이다. 실제 17일 기준 BEI는 30.2bp에 그치고 있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달 19일(21.4bp)과는 불과 8.8bp차다.
최근 각국에서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을 풀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와 근원인플레이션 하락과 맞물려 물가채가 매력적일 가능성은 낮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반면, 더 비관적일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었다.
백윤민 연구원은 “사우디 등에서 새로운 유정이 개발되고 있고 미국에서도 셰일가스 등이 나오며 공급측면에서의 가격 조정능력은 상실됐다고 판단된다. 결국 수요측면에서 유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은 커 보이지 않는다. 기대인플레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물가채 메리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요인으로는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인 금리인하와 함께 유례없이 유동성을 풀자 실제 물가상황과 상관없이 하이퍼인플레이션 기대를 갖기도 했었다. 다만 결국 유가나 인플레가 오르지 않자 다시 떨어졌었다”며 “현 상황도 풀린 유동성에 기대를 걸 수 있겠지만 물가가 오르기보단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물가채나 BEI 가격이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다만, 윤여삼 연구원은 “물가채는 유가 영향보다는 수급상 문제가 더 크다. 유동성이 풀리면서 한때 금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물가채를 더 비관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