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환율 급등ㆍ경기 침체 '이중고'

입력 2008-10-08 13:34 수정 2008-10-0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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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항공, 조선, 철강 등 '직격탄'...전자, 자동차 등도 수익성 악화 우려

지속적인 환율 급등에다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8일 1350원을 돌파하는 등 매일 최고치 갱신을 거듭하면서 산업계의 경영 악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정유, 항공, 조선, 철강 등 업종은 환율 급등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전자, 자동차 등도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적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최근 환율 급등에 따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시장 상황만 예의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유업계, 이틀 동안 환차손만 1조원대

원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정유사들은 환율이 오르는 만큼 피해가 커지고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70~80억 달러의 단기 외화부채를 끌어다 쓰고 있어 환율이 1원 오를 때 70억~8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

최근 이틀 동안 환율 상승액 140원을 적용하면 장부상 환차손만 9800억~1조1200억원에 달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지난 1년동안 벌어들인 순익의 절반 가량이 환차손으로 날아갔다"며 "환율변동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위험을 피해야할지 짐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석유제품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원유수입 대금으로 결제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만약에 대비해 달러 현금을 가능한 한 오래 확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석유제품 수출 역시 줄어들고 있으며, 최근 유가 하락으로 수출단가가 하락해 수익 규모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40~60%를 차지하는 4대 정유사들의 수익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정제마진이 좋지 않다"며 "앞으로 중동지역의 정제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11월 이후가 되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환율 급등이 달러 부족으로 발생한 상황이지만 기업이나 은행으로써는 갖고 있는 달러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부 보유의 달러 공급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만큼 현재는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항공ㆍ철강ㆍ조선, 환율급등ㆍ경기침체 '직격탄'

항공업계는 환율 급등으로 인한 손실에다 경기침체에 따른 여행수요 감소로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달러 확보를 위한 추가 비용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여행수요 감소로 인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원래 4분기는 비수기에 속하는데 예년보다 실적이 더욱 나빠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원료·연료 등을 거의 100% 수입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환율급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철강업체 자금관리부서는 초비상 상태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환율변동상황을 1일 단위로 체크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나마 포스코ㆍ현대제철ㆍ동국제강 등 이른바 '빅3'는 기업 신용도나 그동안의 실적이 괜찮기 때문에 아직까지 크게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

조선업계의 경우 그동안 이뤄졌던 환헤지가 환율급등으로 인해 손실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의 상반기 환 손실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로써 당장 현금흐름이나 유동성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율변동성이 너무 커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화급등이 장기화되면 손실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자ㆍ반도체,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 악화 우려

수출 위주의 전자ㆍ반도체 업종은 환율 급등에 따른 수혜가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로 상쇄되면서 실적 악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에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LCD, 가전, 휴대폰 등 주요 수출제품들의 매출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 급등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워낙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환율 급등으로 이익이 난 부분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오히려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가전 등은 북미시장이 위축돼 매출 감소 우려가 있다"며 "환율 급등에 따른 효과가 경기 악화로 상쇄돼 별다른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니닉스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발 금융 불안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환율 급등이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실적에 좋지 않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ㆍ상사,수익성 악화 우려

자동차 업계는 환율 급등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북미와 서유럽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이 냉각되면서 상황 변화에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금 지급을 매일 같이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므로 최소한 현재보다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상사도 환율 급등에 따라 수익성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미 환율 급등에 따른 전략을 짜놓았고, 방어역량도 구축돼 있지만 직수입 자동차 사업의 경우 달러로 결제하고 있어 수익성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1팀=김영민 팀장, 임의택 기자, 박철근 기자, 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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