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분양 실패에 공적자금 지원"…미분양 아파트 매입 논란

입력 2008-10-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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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매입 자금 부담에 주택보증 매입 난관,...주공 매입 계획 '미적'

국토해양부가 지방 미분양 해결을 위해 본격적인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서자 업계와 시장에서는 찬반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분양가의 70~75%선 매입은 부당하며, 매입 규모도 적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시민단체 등 시장 일각에서는 대량 미분양 이란 '실패한 시장'까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도와줘야 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1일 국토해양부가 지방 미분양 주택중 국민주택 규모 이상인 85㎡ 초과 중대형 주택까지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이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07년말 정부 미분양 매입 개시

정부의 지방 미분양 매입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논의됐다. 다만 참여정부 시절은 건설사를 '살리기'위한 것이 아닌 전체적인 주거복지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서민용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미분양 논란이 불거졌던 다세대,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비축용 임대물량으로 활용할 것이란 미분양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9월 정부는 '미분양활용방안'을 발표하고 지방 미분양 해결을 위한 미분양 아파트 매입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매입기관으로 선정된 대한주택공사는 매입 공고를 내고 본격적으로 미분양 매입에 나섰다.

주택공사는 현재까지 3차례 매입공고를 통해 77개 단지 1만616가구를 접수받아 2026가구의 매입을 완료했다. 이 중 4개 단지 318가구는 가격협상 중이며, 11개 단지 1225가구는 감정평가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매입된 가구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 434가구 ▲대구 167가구 ▲대전 60가구 ▲울산 86가구 ▲경남 270가구 ▲경북 431가구 ▲충남 156가구 ▲충북 247가구 ▲전북 100가구 ▲강원 75가구 등이다.

특히, '기업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새정부 들어 정부의 지방 미분양 매입은 더욱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8월21일 대책에서 대한주택공사 외에 대한주택보증을 미분양 매입 기관으로 지정하고 희망업체에 대해 총 2만여 세대를 더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공의 경우 미분양을 매입해 국민임대 또는 10년 임대물량으로 사용할 방침이지만 대한주택보증은 환매조건부 아파트로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할 방침이다.

즉 주공과 달리 준공 후 미분양이 아닌 건설 중인 아파트가 주매입 대상으로 완공 시점에 환매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담보대출 성격이 강하다. 다만 완공 후에도 미분양 주택이 매각되지 않으면 임대로 전환해 자금을 회수할 방침이다.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완공 후에도 미분양주택이 매각되지 않으면 일반에 재매각 하거나, 임대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을 위해 관계 법령을 정비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주택보증은 임대사업이 주요목적이 아닌 만큼 85㎡초과 중대형 물량까지 매입할 방침이다. 주택보증은 현재까지 미분양 매입 실적이 없다. 자금조성과 관련된 문제를 빚고 있는 대한주택보증은 11월께부터 미분양 매입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분양 매입자금 국민주택기금 투입

미분양 매입 자금은 재정과 펀드 조성, 두 가지 방법으로 분류된다. 우선 임대아파트 활용과 비축용임대 조성을 담당하는 주공의 경우 재정과 국민주택기금, 그리고 주공 자체자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가지 주공이 2026세대의 미분양 가구를 매입하는데 사용된 자금은 2500억원 가량. 이를 토대로 본다면 목표한 5000세대를 매입할 때 소요될 자금은 6000억원 가량으로 예측된다.

60㎡미만 소형주택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과 주공 자금 외에 재정이 투입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전체 자금의 약 10%가량을 재정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주택기금을 지방미분양 매입에 사용하는 근거는 국민임대주택에 지원하는 지원금을 대체하는 것이다. 현행 법령상 가구당 융자한도는 주택가격의 1/2을 넘지않는 범위에서 최대 6000만원까지다. 10년 임대로 활용될 60㎡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이를 활용해 지원한다는 게 국토부의 복안이다.

반면 환매조건부로 매입할 대한주택보증은 미분양 매입시 펀드 조성으로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주택보증은 약 2만 가구의 미분양을 매입할 때 필요한 자금은 최소 2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주택보증은 환매조건부로 사들이는 미분양 아파트의 운용방식으로 ‘CR리츠’를 제안했다.

CR리츠는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상품운용을 통해 미분양 매입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미분양 매입을 위한 자금 부담이 적은 만큼 단기간 내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대한주택보증의 미분양 매입은 엉뚱한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새정부 들어 공기업 민영화 논란에 서 있던 주택보증의 CR리츠 발행은 민영화 수순이 아니냐는 노조측의 반발에 막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CR리츠는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일종의 부동산투자회사로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된다. 대한주택보증이 자사가 사들인 미분양 아파트를 CR리츠로 운영할 경우 일반 사기업과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도 정부가 일정기간 보유 후 다시 해당 기업에 매각하는 환매조건부 미분양 아파트는 엄밀히 따져 CR리츠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리츠 발행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대한주택보증의 미분양 매입과정은 다소 험난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오롱건설, 주공 매각 물량 가장 많아

지난해 9월 주공의 미분양 매입공고가 시작됐지만 실제로 미분양 매입을 신청한 업체는 많지 않았다. 대형 건설사나 주택전문건설업체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미분양 매입을 신청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올해 들어 자금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미분양 매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매입 가격은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은 국민임대주택 건설단가(3.3㎡당 456만원)와 감정 가격 중 낮은 가격 이하로, 60㎡ 초과는 감정 가격 이하로 결정 된다

주공에 매각한 미분양 아파트는 코오롱건설이 388가구로 가장 많았다. 코오롱건설은 지난 4월 부산시 남구 용당동 신대연코오롱하늘채 388가구를 주공에 팔았다.

지난 2004년 분양 당시 공급가는 가구당 2억2935만원으로 이를 매각대금으로 환산하면 889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할인율 22%를 적용 받아 195억원 가량 가격을 낮춰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업체로는 두산건설이 유일하게 포함돼 있다. 두산건설은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 공급한 두산위브중 91가구를 주공에 매각한 상태다. 이밖에 신동아건설과 요진산업개발도 각각 대전과 강원도 원주시에 공급한 아파트 60가구와 75가구를 주공에 넘겼다.

지방미분양의 최대 피해자격인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대부분 미분양을 주공에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경북지역 건설업체인 (주)태왕은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 공급한 태왕아너스 167가구를 주공에 매각했으며, SR건설도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 공급한 '친오애 아파트' 110가구를 주공에 넘겼다.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붕괴로 자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건설사들에겐 미분양 매각이 좋은 기회로 보여지지만 이마저도 앞으론 어려울 전망이다. 바로 원 분양계약자들의 불만 때문. 원 분양계약자들은 분양가를 그대로 주고 아파트를 분양받는 만큼 분양가 인하에 대한 재산 손실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임대아파트가 대거 생겨날 경우 이에 따른 주거환경 침해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미분양 물량을 주공이 70~75%에 매입한다면 시공사가 내건 분양조건에 계약한 원 분양계약자는 집값 약세등 재산상의 손실을 보게될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 임대아파트가 생겨나면 이에 따라 집값 약세는 물론 주거환경 침해요소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미분양 매입시 주공과 업체, 그리고 분양계약자들의 협의를 명시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ㆍ시장 미분양 매입 찬반양론

한편 정부의 지속적인 미분양 매입에 대해 업계와 시민단체 등 시장 일각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다. 우선 건설업계는 정부의 매입물량이 너무 적고 특히 매입가격이 분양가의 70~75%선이란 점에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분양가에서 20%만 떨어뜨려도 사실상 손실을 보게 되는데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은 자금 유동성이 크게 떨어지는 업체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더욱이 5000가구만 매입하면 전체 미분양 물량의 5%도 매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라 업체의 미분양 해소에 별다른 도움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 시장 일각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급과잉에도 불구, 무리한 공급을 일삼고 특히 턱없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데 대한 업계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량 미분양이 빚어졌다면 이는 수요가 없는데 공급을 했거나 아니면 가격이나 품질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 시장에서 실패한 업체들을 공적자금 투입으로 살리는 형국이 된다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체적인 국가 재정이 흔들리게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대한주택보증의 85㎡초과 아파트 매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분양가가 비싸고 수요창출이 없어 미분양이 난 아파트를 대한주택보증이 CR리츠를 통해 매입할 경우 향후 환매가 되지 않으면 대한주택보증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창조한국당은 "가격 거품을 부추기는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거부하는 건설사들을 위해 아파트분양가의 75%를 환매조건부로 사주겠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도 신봉하는 시장주의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미분양 매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건설업계의 최대 애로사항인 미분양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데다 매입 후 부동산시장 부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에 따른 손실은 정부가 고스란히 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공측은 올해 5000세대 미분양 매입을 목표로하고 있지만 향후 미분양 매입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주공이 미분양 추가 매입계획을 뚜렷히 밝히지 않는 것도 이러한 입장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주공이 주로 담당하는 지방미분양은 매수 수요는 물론 임대 수요도 없는 말그대로 '악성미분양'인 경우가 많다" 며 "그간 3차례의 매입 공고를 통해 주공은 신청받은 미분양 중 단 1/5만 매입할 정도로 신중함을 보이고 있어 추가 미분양 매입은 없거나 있더라도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을 두고 새로이 국민임대를 건설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며 "정부와 주공이 추가 미분양 매입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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