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시밀러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미국에서 세력을 확장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올해 나란히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미국 공략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와 ‘온트루잔트’가 상반기 내 미국 시장에 출격한다.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은 제넨텍이 개발하고 로슈가 판매하는 유방암 치료제다. 전 세계 매출은 약 8조 원 규모로 이 중 3조 원이 미국에서 발생한다.
미국 시장에 먼저 나오는 제품은 허쥬마다. 셀트리온의 북미지역 유통 파트너사 테바는 이달 중 허쥬마를 미국 시장에 출시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2018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쥬마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이미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미국명 인플렉트라)와 ‘트룩시마’를 판매하고 있다. 허쥬마까지 출시하면 셀트리온은 대표 바이오시밀러 3종을 유럽에 이어 미국에 모두 출시한다.
국산 바이오시밀러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램시마는 2016년 11월 미국 시장에 나왔다. 출시 초반에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해 10월 미국 최대 사보험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에 등재되면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등장한 트룩시마는 더욱 순조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테바는 지난달 2019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트룩시마가 12~1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허쥬마도 미국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미국 비중은 2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 매출 비중은 4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는 상반기 중 출시가 예상된다. 파트너사 MSD가 미국 내 판매를 맡는다. 2017년 7월 ‘렌플렉시스’에 이은 두 번째 미국 진출이다. 당시 렌플렉시스는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보다 35%가량 가격을 낮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들 두 제품 외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에티코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의 FDA 허가를 지난해 4월과 11월 각각 획득했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SB8’도 FDA 심사에 들어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상태다.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기반을 다지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18세 이상 여성의 약 0.2%(2018년 기준 23만5000명)가 매년 유방암 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셉틴은 20년 동안 효과를 검증받으면서 유방암의 글로벌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이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 수요의 10%만 확보해도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그만큼 많은 기업이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암젠ㆍ엘러간의 ‘칸진티’와 마일란ㆍ바이오콘의 ‘오기브리‘, 화이자의 ‘트라지메라’가 미국에서 출시됐다. 칸진티는 출시 6개월 만에 트라스트주맙 시장의 12%를 차지했다. 허쥬마와 온트루잔트는 후발주자로서 점유율 확보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3개의 바이오시밀러가 먼저 출시돼 경쟁이 심화한 상태지만 양 사의 실적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