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감산 합의 실패가 촉발한 가격 전쟁으로 유가가 30% 가까이 폭락했다.
8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후 런던시장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 초반 30% 가까이 폭락한 배럴당 32.05달러에 거래됐다.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도 배럴당 30.07달러로 27% 가까이 하락했다. 2016년 2월 22일 이후 최저치다.
이날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일일 생산량을 1000만 배럴 이상으로 확대하고, 4월 판매 가격을 대폭 할인할 것이라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사우디는 현재 하루 97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데, 최대 1250만 배럴까지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감산을 반대한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저유가 국면에 대비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도 4월 1일부터 일일 생산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며 맞불을 놓으면서 가격 인하 경쟁에 불을 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사우디가 원유 판매 가격을 20년 만의 최저치로 낮추면서 OPEC과 러시아의 가격 전쟁이 시작됐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원유 수요 급감에 더해 석유시장 전망이 2014년 11월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2014년 사우디, 러시아, 미국의 원유시장 점유율 경쟁으로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2, 3분기 브렌트유 가격 예상치를 배럴당 30달러로 낮추고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주요 10개 산유국 연합) 장관급 회의에서는 감산 규모 확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OPEC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감소를 우려해 일일 생산량을 150만 배럴 감축하는 방안을 권고했지만 석유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는 러시아가 반기를 들면서 합의가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