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전세계의 우환으로 바뀌었다. 국내에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숱한 감염병이 창궐했지만 코로나19만큼 우리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은 적은 없었다. 2000년대 이후 발생한 감염병 가운데 가장 많은 확진자수를 기록하면서 공포가 장기화함에 따라 일상 소비를 비롯한 경제가 긴 겨울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감염 우려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거리는 활력을 잃었고 자영업자는 물론 유통 대기업마저 매출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추경예산을 편성키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경제를 살리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1분기 국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3월 코로나19가 정점을 찍고 이후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나온 전망인 만큼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에서 보는 한국 경제 전망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감염병이 창궐했던 해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던 신종플루 당시에 근접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4∼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고 대부분의 해외 신용 평가사들도 1%대 벽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 역시 기존 2.1%를 1.6%로 각각 낮췄다.
감염병이 창궐했던 해 경제 성장률은 전년대비 크게 위축됐다. 2003년 카드대란과 함께 찾아온 사스로 경제성장률은 직전 해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인 3.1%까지 하락했다.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조5000억~3조7000억원으로 추정됐다(현대경제연구원).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는 공교롭게도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하 수준의 경제성장률에 일조했다. 당시 한국 경제 성장률은 0.8%로 IMF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2015년 찾아온 메르스 당시 경제성장률은 2.8%였다.
감염병 창궐 이듬해 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졌던 해는 신종플루를 겪은 직후인 2010년이다. 2010년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처음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해다. 갤럭시 시리즈 히트와 화장품을 비롯한 한류 열풍이 수출을 견인한 덕분에 0.8%까지 곤두박질쳤던 경제성장률은 6.8%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수출이 감염병으로 시름하던 경제를 살린 치료제가 된 셈이다.
감염병을 수출로 극복한 사례는 메르스 때도 확인된다. 무역수지는 2014년 5억2600만달러 적자였다가 메르스가 창궐했던 2015년 오히려 6억4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감염병이 발생한 해임에도 2.8%의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한 이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벌써부터 내수와 수출 위축이 우려된다. 한국 여행을 경고하는 국가가 늘며 여행ㆍ관광 업종의 줄폐업이 잇따르고 전세계 공급망 붕괴와 중국의 수요 감소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휴업 등으로 인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2월 손실은 최저 5000억~1조 원까지 관측된다.
2015년 메르스 당시 경제성장률은 2020년 코로나19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역수지 증가와 더불어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는 2015년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처음 개최한 바 있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에 ‘대한민국 동행세일’(가칭)을 열기로 한데 이어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한시적 폐지 등과 같은 유연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