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은 하룻만에 강세전환했다. 장중 전약후강 흐름을 보였고, 10년물 구간이 가장 강했다. 결과적으로 지난주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을 하룻만에 극복한 셈이다.
이 총재는 지난주말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진행한 일문일답 자리에서 “2015년(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발)과 상황이 다르다. 금리인하는 효과도 효과지만 거기에 따른 부작용 또한 함께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상황을 그야말로 면밀히 지켜봐야겠지만 신중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고 말해, 사실상 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잠재웠었다.
이후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0년 연두 업무보고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정부분 불가피하다”고 언급했고,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산케이(産經)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일본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으로 지목하면서 “일본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경우 주저하지 않고 추가 양적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줬다.
2조7000억원 규모로 실시된 국고채 10년물 입찰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입찰 이후 되레 관련구간이 가장 강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이 총재 발언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 우려감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장이 약세를 보이더라도 큰 폭은 아닐 것이란 관측이다. 변동성이 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단기금리는 하방경직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중장기금리는 대외금리와 이어지는 입찰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채권시장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통안2년물과 국고3년물은 1.0bp씩 떨어져 각각 1.278%와 1.320%를 보였다. 국고10년물은 3.1bp 하락한 1.622%를 기록했다. 국고20년물과 30년물은 1.0bp씩 내려 각각 1.643%와 1.633%를 나타냈다. 국고50년물도 0.9bp 내린 1.631%를 보였다. 국고10년 물가채는 1.5bp 하락한 0.880%에 거래를 마쳤다.
한은 기준금리(1.25%)와 국고채 3년물간 금리차는 7.0bp를 보였다. 10-3년간 스프레드는 2.1bp 좁혀진 30.2bp로 이틀째 축소됐다. 국고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1.6bp 하락한 74.2bp로 이틀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미결제는 1556계약 감소한 33만7149계약을, 거래량은 6만3950계약 줄어든 14만9970계약을 나타냈다. 원월물 미결제 4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44회였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이 4317계약을 순매수해 5거래일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반면 금융투자는 6455계약 순매도하며 이틀째 매도대응했다. 투신도 267계약 순매도를 기록하며 9거래일째 매도세를 지속했다. 이는 2015년 7월14일부터 24일까지 기록한 10거래일연속 순매도 이후 4년7개월만 최장 순매도다.
3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지난주말보다 51틱 상승한 131.15에 거래를 마쳤다. 역시 마감가가 장중 최고가였다. 장중 최저가는 130.47로 장중변동폭은 68틱을 기록했다.
미결제는 1670계약 증가한 13만9761계약을 보였다. 원월물 미결제 3계약을 합한 13만9764계약은 지난해 7월15일 기록한 14만1112계약 이후 7개월만에 최대치다. 반면, 거래량은 2878계약 감소한 7만4435계약을 보였다. 합산 회전율은 0.53회였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이 2851계약을 순매수해 사흘만에 매수전환했다. 이는 7일 3039계약 순매수 이후 10여일만에 가장 큰 폭으로 순매수한 것이다. 반면, 금융투자는 3099계약 순매도로 대응했다. 역시 4일 6308계약 순매도 이후 가장 큰 폭의 순매도다.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순매수 포지션 추정치는 3선의 경우 22만7974계약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8월5일 23만2437계약 순매수 이후 최대 순매수다. 10선의 경우 3만3632계약으로 전년 10월22일 3만5210계약 이후 최대다.
현선물 이론가의 경우 3선은 저평 3틱을 나타냈다. 반면, 10선은 파였다. 3선과 10선간 스프레드거래는 금융투자가 매수와 매도 각각 8계약씩을 기록했다.
그는 이어 “하루하루 큰 폭의 변동을 보이고 있는 장이다.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 발언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 우려감이 여전하다. 금리가 상승하더라고 큰 폭이긴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딜러는 “지난 금요일 여진으로 약세 출발했으나, 글로벌 금리 하락과 외국인 매수 영향으로 꾸준히 강세를 보였다. 금리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메리트로 수요가 확인되면서 10년물 입찰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련 구간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단기쪽은 여전히 매물이 나와 약세 움직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주열 총재 멘트가 일단 일방질주하던 시장에 한템포 숨고를 기회를 준 듯 하다. 다만 현 레벨은 여전히 금리인하를 어느 정도 반영한 상태다. 정부에서도 펀더멘털에 대한 악영향과 그 강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만큼, 시장도 어느 정도의 지표조정 불가피성을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 같다”면서도 “과연 기준금리 인하로 연결될 만큼 인지는 다들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단기금리는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중장기금리는 대외금리와 입찰에 좌우될 듯 싶다. 오늘 오랜만에 장기물 입찰에서 장대 양봉을 본 것은 고무적이긴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