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을 받을 수 있는 해당 지역 최소 거주기간을 2년으로 확대하는 규제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규제 적정성과 함께 예외 규정 마련 등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검토가 다가오는 4ㆍ15 총선을 의식한 지극히 ‘눈치보기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에서 청약 규제 강화 방안으로 내놓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 중 수도권 청약 1순위가 되는 최소 거주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는 규제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9일 입법예고가 종료된 이 개정안은 규제 심사 등의 절차에 들어가야 하지만 국토부는 이를 아직 넘기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12ㆍ16 대책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ㆍ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하는 주택 분양 물량 중 우선 공급하는 대상의 지역 거주 조건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 지역은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역, 경기도 과천ㆍ광명ㆍ하남시, 성남시 분당구), 수도권 대규모 개발지구(과천 지식정보화타운, 성남 위례, 하남 미사ㆍ감일지구)다.
이번 검토 내용엔 이 규제의 유예 규정을 두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중에 제시된 의견을 검토 중일 뿐 예외규정 마련 여부 등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며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이미 입법예고까지 종료된 법안을 재검토하는 건 정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청약 채비에 들어갔던 무주택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서다. 기존 법령안으로 작년에 서울로 이사해 1년을 버텨 우선공급 대상 자격을 얻었던 예비청약자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1년을 더 버텨야 한다.
실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개정안 글에는 치열한 찬반 논쟁으로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국토부는 이 댓글의 대부분이 “제도 도입 취지에 동의하지만 소급적용은 안된다”는 의견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책이 나온 작년 12월 16일 이후 전입한 가구나 시행 이후 전입하는 가구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글을 작성한 A씨는 “소급적용은 투기수요 차단이 아니라 단지 거주기간 1년을 채운 무주택 서민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기존 살던 지역의 우선공급 자격까지 포기하면서 이사 온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변경하고 소급적용한다면 누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 소급적용을 하지 않아도 앞으로 유입될 투기세력은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정부가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예외 규정을 두게 될 경우 치열한 찬반 논쟁은 어느 정도 가라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입법예고가 끝난 법안을 이 시점에 재검토하고 나선 건 지극히 ‘총선’ 때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주 기간이 짧은 전입자들은 투기수요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해당 지역에 오래 거주한 무주택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맞다”며 “이번 검토는 총선을 의식한 눈치보기 정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