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지 1개월이 지나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수출·내수 등 주요 경제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관세청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달 20일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1개월째가 된다. 그동안 국내 확진환자는 29명으로 늘었으며, 세계적으론 6만9195명(16일 9시)의 환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먼저 이달 1~10일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2% 줄었다. 1월 14개월 만에 상승 전환됐다가, 한 달 만에 다시 감소로 꺾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최원석 세계지역연구센터 중국지역전략팀 부연구위원 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무역·금융의 연계성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유관산업 및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환율과 자본 유출입 등 금융부문을 통해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시기(2003년)와 비교해 한국의 대중국 가치사슬이 심화해 중국 내 조업 단축, 중국의 수출 및 소비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총액 기준으로 한국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8%에서 2014년 5.3%로 확대됐다. 중국으로부터 소재·부품을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중국 제조업 부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 중국 내 부품기업 생산 중단으로 부품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현대차는 4~11일 공장별 순차적 휴업에 들어갔다. 쌍용차도 4~12일 휴업했다.
내수 타격은 보다 심각하다. 후베이성으로부터 입국을 제한한 후 일평균 중국 입국자 수는 1만3000명 수준에서 5000명대로 급감했다. 입국자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4.5%에 달했다. 여기에 지역사회 확산 우려로 내국인들도 외부활동을 꺼리면서 국내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확진환자가 다녀간 백화점 등은 휴업으로 추가 손실을 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경제지표 변화를 살펴봤더니 5년 전 메르스 사태보다 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사스와 메르스로 인한 연간 성장률 하락 효과는 각각 0.1%포인트(P), 0.3%P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해외 투자기관들 사이에선 우리 경제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의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이 최소 0.8~1.1%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JP모건도 0.3% 역성장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