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명목실효환율(NEER·nominal effective exchange rate)과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 간 격차가 1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의미 있는 반등을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급락)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BIS)](https://img.etoday.co.kr/pto_db/2019/12/20191223140700_1405179_430_356.jpg)
2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1월 한국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전월 대비 0.28%(0.3포인트) 상승한 107.79를 기록했다. 이는 4월(110.13) 이래 최고치다.
이 같은 상승률은 세계 60개국 중 18위다. 영국이 2.20%(2.18포인트)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아르헨티나(1.73%, 0.88포인트), 중국(1.48%, 1.79포인트), 스웨덴(1.33%, 1.12포인트)이 그 뒤를 이었다.
주요 수출국과 경쟁국인 미국(-0.49%, -0.58포인트)과 유로지역(-0.97%, -0.90포인트), 일본(-1.55%, -1.21포인트)은 각각 하락했다.
이는 미중 간 무역협상 기대감 등이 반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원화 강세). 11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 대비 16.68원(1.4%) 급락한 1167.45원을 기록했다. 이는 4월(1140.95원)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며, 지난해 1월(-19.08원, -1.8%)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명목실효환율은 0.96%(1.09포인트) 오른 114.13을 보였다. 역시 4월(114.76) 이래 최고치다.
이에 따라 명목과 실질 실효환율 간 격차는 6.3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2월 5.66 이후 최대치다.
이는 원화가 강세를 보인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 측 설명이다. 다만 물가 반등이 미약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해 8월부터 3개월째 이어진 0% 내지 마이너스를 탈피했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0.6% 떨어져 넉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 100 기준)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원화 강세)됐다는 의미이며, 낮으면 저평가(원화 약세)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의미한다. 명목실효환율은 교역량만 가중 평균한 지표다. BIS는 3월 실효환율 발표부터 기존 61개국 중 베네수엘라를 뺀 60개국으로 집계 중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많이 하락하면서 실질실효환율보다 명목실효환율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물가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독일 등도 격차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만 절대적으로 낮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기간 명목실효환율과 실질실효환율 간 격차는 미국의 경우 5.98포인트로 지난해 12월(5.98포인트) 이후, 독일도 5.94포인트로 올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