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류 브랜드의 조건

입력 2008-09-09 16:00 수정 2008-09-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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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제네시스 발표회에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2년여 만에 신차발표회장을 찾은 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년 정도 타도 끄떡없는 차가 될 것”이라며 만면에 희색이 가득했다. 거액을 들인 1차 디자인을 폐기하고 다시 만든 만큼 최종 완성된 제네시스에 상당히 자신감을 나타내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현대차가 일류 브랜드와 맞서기 위해 내놓은 제네시스가 암초를 만났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던 제네시스가 최근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달리다가 시동이 꺼지거나 경고등이 모두 점등된 후 가속이 되지 않는 문제를 겪는 운전자가 상당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가 이러한 내용을 쉬쉬한 채 일선 정비소에만 내용을 알리고 고객들에게는 정식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내용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제네시스 고객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제네시스에서 문제가 발생한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은 수리를 해도 차가 나아지지 않았거나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것. 현대차는 주로 산소센서를 교체하거나 스로틀 보디 청소, ECU 업그레이드로 대응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 동호회의 어느 회원은 “전에 타던 에쿠스도 갖은 고장으로 속을 썩었는데, 이번에도 또 이런 일을 겪고 보니 현대차를 또 사야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와 제품은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모토를 내세우는 메르세데스 벤츠도 1886년 휘발유 차를 처음 개발한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국산차에 불만을 품는 이들은 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는 점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대차는 과거에도 에쿠스 초기 모델이 주행 중 모든 창문이 열린다든지, 차가 정지하는 현상을 보여 소비자들의 애를 먹인 전례가 있다. NF 쏘나타는 출시 초기 매연 문제로 시끄러웠으나 회사 측이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결국 리콜 조치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제네시스의 경우는 출시 초기모델이라 그렇다는 변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추후에 4.6ℓ급 타우 엔진이 추가될 예정이지만, 현재 나오는 3.3ℓ와 3.8ℓ 모델은 그랜저에도 얹은 엔진이기 때문이다. 물론 변속기를 새로 매칭했다고는 하나, 세계 명차들과 겨루려고 했다면 좀 더 꼼꼼하게 체크했어야 했다.

흔히 국산차가 처음 나왔을 때 구입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베타 테스터’라 일컫는다. 온라인 게임을 어느 정도 만들면 버그나 게임 내 밸런스 등을 테스트 하기위해 ‘베타 테스트’라는 것을 하는데, 이때 테스트를 하는 이들이 바로 ‘베타 테스터’다. 그러니까 국산차 사용자들은 스스로가 ‘마루타’가 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가 일류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최근 많이 실시하는 럭셔리 마케팅도 좋고, 현대라는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소비자들에게 기본적인 믿음을 얻는 일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아니지만 세계 최고의 메이커로 성장한 토요타의 경우를 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기자는 토요타가 만드는 렉서스 차량을 구입해 타고 있으나, 지금까지 고장이나 수리 문제로 속을 썩어본 적이 없다. 간혹 문제가 생기는 부품도 별다른 변명 없이 즉각 교체해줘 매우 기분 좋게 타고 있다. 현대차가 일류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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