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특허소송' 등을 맡은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이 최근 재판 절차를 중단했다.
같은 유형의 사건이 현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ITC의 결과가 난 뒤에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22일 배터리 업계와 미국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델라웨어 법원은 SK이노가 LG화학에 대해서 '특허침해'로 건 소송에 대해서 중단(stay) 명령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의 법률 대리인이 "현재 ITC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송 내용과 델라웨어 법원의 소송 내용이 같아서 ITC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전은 총 6건이다. ITC에서 진행 중인 행정 소송이 3건, 델라웨어 지방법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법 소송이 3건이다.
앞서 LG화학은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ITC에 제소하면서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도 소장을 제출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서로 '특허침해'로 고소할 때도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동시에 제소했다.
이중 이번에 절차를 중단한 건은 가장 최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특허 침해'로 고소한 건이다. 앞서 영업비밀 침해 건은 이미 6월부터 같은 이유로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ITC와 연방법원에서 소송이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 지금처럼 법원의 절차를 중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특허침해로 델라웨어에 고소한 건에서 절차 중지 요청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ITC에서 진행 중인 소송은 내년 하반기에서 내년 초 사이에 최종판결이 날 계획이다. 영업비밀 침해 건은 내년 10월, SK이노베이션의 특허침해 소송은 2021년 1월, LG화학의 특허침해 소송은 2021년 3월로 일정이 잡혔다.
일반적으로 특허 관련한 연방법원의 판결이 2~3년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소송 절차는 일러야 2022년 말에 최종적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세 사건은 모두 같은 판사에게 배당됐다.
콤 코놀리(Colm F. Connolly) 판사다. 코놀리 판사는 과거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암젠의 소송전을 맡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 사건이 다 비슷한 내용이기 때문에 판사 한 명에게 배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 특허 소송에 대해 잘 아는 한 변리사는 "행정법원이고 판사 수도 적은 ITC와 달리 연방법원의 경우 지역이나, 판사에 따라 판결에 경향성이 있다"며 "델라웨어 법원은 보통 기존 특허권 보유자를 우대하는 경향이 강한 곳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 판사에 대해서도 양사의 변호 대리인들이 성향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