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올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창사 8년 만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흑자가 가시화된 것이다.
고한승 사장은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3분기 지난해 매출을 능가하는 실적을 올렸다”면서 “최대 매출과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흑자 전환을 낙관하는 배경에는 급성장한 시장 매출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시장 매출(제품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회사는 현재 유럽에서 4종(베네팔리·플릭사비·임랄디·온트루잔트), 미국에서 1종(플릭사비·미국명 렌플렉시스)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다. 유럽에서 판매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3종의 3분기 누적 시장 매출은 약 6500억 원에 이른다.
고 사장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데 평균 22년이 걸렸다”며 “우리 같은 신생 회사가 불과 8년 만에 1조 원을 넘긴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성과”라고 강조했다.
2016년 출시한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의 누적 매출은 1조5000억 원에 달하며 유럽 주요 5개국에서 오리지널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뛰어넘었다. 전 세계 매출 1위 바이오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는 암젠과 산도즈 등 경쟁사들과 동시 출시에도 선두권을 유지하는 등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들이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다지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바이오젠과 3억7000만 달러(약 4440억 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기존 계약보다 좋은 조건으로 체결했다.
고 사장은 “2013년 바이오젠과 처음 계약할 때만 해도 다국적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에피스란 회사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면서 “이번 신규 계약은 우리가 제품 판매에 대해 더 큰 비중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회사의 달라진 위상을 설명했다.
최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과도한 경쟁과 가파른 약가 하락에 대한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대량 생산 체계에 기반을 둔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이를 헤쳐나갈 방침이다.
고 사장은 “미래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군소 기업이 감히 진입할 수 없는 분야”라며 “결국 경쟁력을 갖춘 주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의 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고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향해 지속해서 제기되는 업계 내 역할에 대한 요구를 의식한 듯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동반 성장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전담팀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수많은 회사 중 어떤 곳과 손잡을지 고심 중”이라며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가정하에 여유 자금을 투자해 내년께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안과 질환 치료제 ‘SB11'(성분명 라니비주맙)·‘SB15'(성분명 애플리버셉트)와 희소질환 치료제 ‘SB12'(성분명 에쿨리주맙)를 개발하고 있다. SB11은 임상 3상 막바지 단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럽에서 판매 허가 심사 중인 ‘SB8'(성분명 베바시주맙)과 함께 출시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럽과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도 시작한다.
고 사장은 “적자를 낼 것을 알면서도 그룹이 꾸준히 투자해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업계 일류가 되는 한편 여러분이 기대하는 삼성이란 기업의 역할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