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편입비중 '안' 늘리나 '못' 늘리나

입력 2008-08-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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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1500선 이하로 밀려나며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우는 등 국내증시의 하락세가 완연한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 증시의 구원투수이자 수급상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국민연금의 주식 편입을 위한 자금집행과 관련해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대내외적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인한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는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고 신규 펀드 자금 유입 역시 정체된 상태를 보임에 따라 매수주체가 실종된 주식시장에서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때문이다.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지난 7월말 국민연금의 공격적 투자계획과 관련된 '주식투자 40% 확대 발언' 역시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셈이다.

그러나 시장의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민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기금의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기간별 투자자 매매동향을 고려했을 때 연기금은 이달 중순 이후부터 현물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선물시장에서는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틈타 최근 베이시스 강세를 바탕으로 차익거래에 치중하며 3000계약 이상 순매수세를 보이며 외국인 선물매수세 유입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측 한 관계자는 연기금의 주식운용과 관련해 "현재 국민연금의 주식자금 운용 비중은 공단 자체적으로 45%를 담당하고 나머지 55%는 계약을 통해 외부 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다"며 "최근 연기금의 매매동향이 지표상으로 순매도로 나타나고 있지만 국민연금 자금의 위탁운용을 담당한 시중 운용사의 차익거래일뿐 공단측에서 순매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않아 국민연금측에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식의 해석이 시장에 돌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연금의 주식편입금액과 시기에 대해 기금 운용 전략상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우나 중장기적으로 연금의 주식편입비중을 늘린다는 큰 틀은 변함이 없고 철저히 시장의 추이를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 역시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받은 국내 자산운용사 중에서도 순수 주식형거래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는 곳이 있는 반면 현ㆍ선 차익거래에 치중하는 운용사도 있다"며 공단측의 이같은 설명을 뒷받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신용위기 지속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투자 환경, 국민연금 내부인력문제와 주식편입을 위한 자금집행 등의 혼선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지적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의 특성상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며 "얼마전 공단 이사장이 주식편입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발언과 더불어 현 시점에서 자금 집행을 하더라고 워낙 국내증시가 불안정한 상황이라 투자를 주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현재 연기금의 주식투자 추이를 고려했을 때 '안'사는게 아니라 '못'사는 것"이라며 "주식편입비중을 놓고 주식매수 시기를 저울질 할 때 운용담당자들은 여전히 바닥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오히려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시장참가자들로부터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점이 없지 않지만 주식시장에 참가하는 여러 투자주체 중 하나로 바라본다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매일 받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외환시장에서 금융당국이 상당한 자금을 쏟아붇고도 원화값 하락 기조를 돌리지 못한 것처럼 국민연금 측에서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약세장에서 주식 편입비중을 늘렸을 경우 예상되는 시장의 비판적 시각이 자금 운용에 상대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미 올 상반기 주식투자로 4조원 이상의 원금 손실을 입었고 이사장의 최근 주식편입비중 확대 발언 역시 정치권과 학계 및 시민단체 등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있어 이래저래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전했다.

자산운용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운용인력 이탈 현상 또한 최근 국민연금의 자금집행에 차질을 줬을 것"이라며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놓고 안팎에서 비판적인 시각이 거센 가운데 자금 운용 담당자들이 내부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운용 인력 이탈이 가속화 될 경우 국민연금의 주식편입 확대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설사 운용되더라도 제대로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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