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21)] 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 “B2B 영업 위해 규제 샌드박스 신청할 것”

입력 2019-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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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7-2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공유주방, 자영업자들에게도 '워라밸' 실현하는 플랫폼"

▲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가 17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이지민 기자 aaaa3469@)
▲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가 17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이지민 기자 aaaa3469@)

공유주방 업계에 활력이 돌고 있다. 국내 첫 공유주방 스타트업 위쿡이 규제 샌드박스(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는 제도) 실증 특례를 부여받으면서 ‘정부가 밀어주는 산업’이라는 자신감이 업계에 더해졌다. 그러나 동시에 공유주방의 규제 개혁 문제는 이제 막 첫발을 뗐다고 봐도 무방하다. 위쿡이 건의한 규제가 일정 기간 풀린 것이지 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규제 완화는 아닌 탓이다.

공유주방 먼슬리키친은 위쿡과 같은 기업 간 거래(B2B) 유통을 가능하게 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 2개 지점을 운영 중인 먼슬리키친은 올해 하반기 강남권에 3~4개의 공유주방 매장을 추가 출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3호점이 10월께 오픈할 예정인데 이에 맞춰 내달 중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면 3호점에서는 편의점 납품 등 B2B 영업을 본격화된다.

지난 17일 만난 김혁균(48) 먼슬리키친 대표는 위쿡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에 관해 “같은 공유주방 사업자로서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위쿡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B2B 영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먼슬리키친도 따라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규제가 풀리면 공유주방 입점 업체가 아파트 조식 제공, 직원 식당 운영, HMR 생산을 통한 온라인 판매, 편의점 납품 등 먼슬리키친의 사업 영역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먼슬리키친은 작년 3월 법인을 설립했고, 그해 4월 역삼 1호점을 열었다. 김 대표는 이미 공유오피스 ‘워킷’, 건강식품회사 ‘자연지애’ 등 계열사를 거느린 사업가다. 옥션, 글로벌 컨설팅 업체 등을 거쳐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의 제조업체인 레인콤의 대표로 있었다. 9년 전부터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공유오피스, 건강식품회사 등을 설립한 그가 2017년부터 공유주방에 눈을 돌린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회사에서 대표까지 지낸 김 씨 주변에는 부장, 이사, 상무 등 직함을 떼고 회사 밖으로 나와 외식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숱하게 많았다. 2억~3억 원 가량의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하는 경우가 가장 흔했다. 외식업 창업에 성공하는 주변인들은 극소수였다. 김 대표는 “퇴직금을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부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이혼하고, 중고등학생인 아이들이 방황하는 모습도 봤다”고 증언했다. 이어 “아무리 대기업이어도 50대를 넘긴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프랜차이즈에 의존하지 않고, 제2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먼슬리키친은 6개월, 1년, 2년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공유주방을 제공한다. 1·2호점 기준 보증금 800만 원에 임대료는 18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1·2호점에는 현재 10개 팀이 입점했다. 여기에는 오스테키, 남해분식 등 이름이 알려진 업체들도 포함돼 있다.

먼슬리키친은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영업, 마케팅 등 컨설팅을 제공해 입점자는 음식 조리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김 대표는 “팔 요리만 있으면 오늘부터 창업에 나설 수 있는 셈”이라며 “일반적으로 식당을 내려면 수억이 필요하지만, 공유주방을 이용하면 임대료 자금만 있으면 되는 것이고, 거꾸로 실패했을 때 잃는 비용도 임대료뿐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 공유주방이 자영업자들에게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안겨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죽자 살자 해야 하는 장사가 아니라 하루에 8시간 정도만 영업해도 한 사람당 월 300만~500만 원가량 가져갈 수 있게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배달 음식 시장이 커지면서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먼슬리키친에 입점한 팀들의 매출 구조를 보면 70% 이상이 온라인 주문에서 발생한다. 먼슬리키친 2호점에서 가장 주문이 많은 호랑이돈까스도 매출 80%가 온라인 영역이다. 셰프를 하던 남자 두명이 창업한 호랑이돈까쓰는 올해 5월 먼슬리키친에 입점했다. 입점 두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겨 450만 원의 수익을 냈다. 김 대표는 “외식업 창업 뒤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기본 1년이 넘게 걸린다”며 “1년 넘게 살아남는 음식점이 전체 10~20%이고, 그중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음식점이 소수인 것을 고려하면 호랑이돈까스는 매우 놀라운 사례를 남긴 것”이라고 밝혔다.

공유주방에서 탄생하는 놀라운 일들 탓에 김 씨는 공유주방 시장의 전망을 밝게 점쳤다. 지난해 3월 먼슬리키친 법인 설립 때만 해도 3~4개 업체에 불과했던 공유주방이 현재는 20개 가까이 늘어났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유주방 업체들이 늘면서 단순히 부동산 임대업으로 접근한 사업자들은 공실 리스크를 피하지 못할 것이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공유경제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며 “다만 정부가 바뀐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고, 게임의 룰을 유연하게 적용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예컨대 규제 샌드박스도 그 자체로 긍정적인 정책이지만, 심사 기간을 단축해 공유주방 같은 신산업 분야 전체가 빠르게 수혜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도 신청한 사례만 하나씩 심사해 통과하는 게 아니라 ‘일단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그때 규제하겠다’고 한다면 어떨까”라며 “그렇게만 되면 한국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쏟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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