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방인이 된 소송당사자들

입력 2019-07-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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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사회경제부 기자

서울 서초동에 있는 법원 청사. 매일 수백 건의 크고 작은 재판이 열린다.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을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결심 공판(심리 종결)에서 피고인은 검사의 구형을 통해 형량을 처음 접한다. 오랜 수사와 재판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마주한 숫자는 공포다.

구형 후에는 변호인의 최후 변론이 이어진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사정과 당시의 상황 등을 최대한 설명하며 무죄를 주장하거나 형량을 낮춰달라고 선처를 호소한다. 물론 몇 마디의 말로 재판장의 마음이 바뀌진 않겠지만 바로 옆에 앉아 있는 피고인에게는 천금 같은 시간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검사는 어떤 이유로 구형량을 정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서 속사포처럼 자기 할 말만 내뱉는 변호인도 상당수다. 정해진 임무를 끝내기 위한 기계적인 모습이다.

며칠 전 한 절도 사건의 결심 공판을 방청했다. 마침 법원에 견학을 온 초등학생들도 함께였다. 법정이 소란한 것도 아닌데 검사와 변호사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웅얼거림이다. 아이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아이가 친구에게 물었다 "뭐라는 거야? 들려?"

반면 피고인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종이를 들고 자신을 변론했다. 이 한 마디로 형량이 바뀌기라도 할 것처럼 신중했다. 긴장해서인지 손을 떨며 간혹 울음을 참기도 했다.

대부분 국민은 법원에 갈 일이 없다. 형사 사건으로는 더욱 그렇다. 다만 예기치 못한 일에 휘말렸을 때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이라 믿는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자기 일처럼 여겨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판결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한 사람의 인생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좌우한다. 소송 당사자들은 매 순간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법정 안 사람들은 관망자가 아닌 주체자여야 한다. 그들의 성실한 자세와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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