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어지는 검찰 조사와 줄소송에 휘말리며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이슈까지 겹치면서 수천억 원대 사건으로 불어날 모양새다.
◇식약처 마지막 결정 남은 코오롱=2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8일 진행한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관련 청문회의 최종 결론을 검토 중이다. 청문회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허위자료 제출 및 고의성 여부 등에 대해 소명하는 자리로,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뒤따르는 절차다.
인보사가 최종적으로 허가취소 처분을 받으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앞으로 1년간 동일 성분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수 없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청문회에서 식약처의 조사와 관련해 특별히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업계는 허가취소 결론을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약처가 허가 취소를 못 박으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으로 맞설 전망이다. 다툼이 진행되면 최종 취소까지는 2~3년의 세월이 더 소요된다.
◇상폐 위기 몰린 코오롱티슈진=한국거래소도 청문회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19일 인보사의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해당 대상 결정 시한을 7월 10일로 미룬다고 밝혔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식약처의 결론을 참고하겠다는 것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처음부터 인보사를 위해 설립된 회사다. 2017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할 때도 인보사 허가를 위해 식약처에 제출한 것과 같은 자료로 심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인보사의 허가취소가 확정되면 또 다른 실질심사 사유인 ‘주된 영업이 정지된 경우’에도 해당한다. 이래저래 상장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티슈진을 살려둘 명분이 없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코오롱티슈진에 얽힌 소액주주다. 지난해 말 기준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는 5만9000여 명으로, 지분율은 36.66%(451만6000여 주)에 이른다. 지분가치는 약 1800억 원 규모다. 그러나 이는 인보사 사태가 터지기 전인 3월 말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폐가 확정되면 코오롱은 수천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웅열 전 회장까지 검찰 칼끝…그룹에도 타격 갈까=인보사 투여 환자들은 일찌감치 집단 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지난달 28일 환자 244명을 모아 1차 손해배상 소장을 접수했다. 소송 규모는 위자료와 주사제 가격 등을 포함해 총 25억 원 정도다. 오킴스는 2차 원고를 모집 중이다.
삼성화재보험과 KB손해보험 등 10개 손해보험회사도 법무법인 해온을 통해 민·형사소송에 돌입했다. 보험금으로 부당지급된 인보사 판매대금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다. 보험금 환수액은 300억 원대에 이른다.
바다 건너에서도 코오롱생명과학을 보는 눈은 싸늘하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보사의 임상 3상을 중지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를 재개하지 못하면 지난해 11월 일본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글로벌 제약사 먼디파마에 계약금 150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
인보사의 사망 선고를 받더라도 코오롱생명과학은 막대한 장기추적조사 비용을 떠맡아야 한다. 국내에서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는 3707명으로, 15년에 걸친 조사를 위해 8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검찰 수사가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까지 확대하면서 인보사가 자칫 그룹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인보사의 주성분을 속여 허가를 받은 점은 물론 허위 정보로 코오롱티슈진을 상장해 막대한 차익을 챙긴 ‘투자 사기’ 혐의까지 조사 중이다. 인보사를 ‘네 번째 자식’이라 부를 정도로 아끼던 이 전 회장이 자식을 팔아 부당 이득을 얻었는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