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을 뇌졸증으로 내걸고도 맞다고 우기는 약사, '이리 오실게요', '저리 가실게요' 같은 일상 속 잘못된 접객어, 심지어 국가의 중요 문서인 '남북 합의문'과 '대통령 당선증'에까지 등장하는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 ㅋㅋ와 ㅠㅠ가 범람하는 자판 시대….
저자는 평기자로 시작해 편집국장과 주필까지 두루 거친 40여 년 내공의 기자다. 책은 한자 교육을 등한시하면서 거꾸로 우리말 이해력이 낮아지는 상황을 유쾌하게 지적한다. 일상을 비트는 뜨끔한 유머,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인 글쓰기로 정평이 난 언론인 답다.
저자는 우리말뿐만 아니라 우리 언론을 향한 뜨끔한 비판도 적었다. 스스로를 '낡은 언론인'으로 낮추면서도 언론계 선배로서 우리 언론을 향한 조언과, 경륜에서 나오는 지혜의 말들을 하는데, 되새길 만하다.
특히 질문을 던질 줄 아는 기자가 되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우리 언론사의 가장 창피한 순간으로 2010년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식을 꼽았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줬지만,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고, 그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 넘어갔다.
소설가 김훈은 책에 대해 '어려운 말을 어렵게 하기는 쉽고, 쉬운 말을 어렵게 하기는 더욱 쉬운데, 어려운 말을 쉽게 하기는 어렵다. 어려운 말을 쉽게 한 말은 어려움의 티가 나지 않는다'고 평한다. 만만한 언어로 쓰였지만,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허투루 읽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