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중소기업의 본업사수경영/오태헌 지음/삼성경제연구소/1만6000원
사케 양조의 전통과 기술을 맥주 양조에 적용해 '우리밖에 만들 수 없는 맥주'로 세계를 매료시킨, 200년 된 양조장 '기우치주조'. 문어를 먹지도 않는 다른 나라까지 찾아가 문어 잡는 방법을 전수해 재료 공급을 안정화시키는 등, 다코야키 하나에 승부를 걸고 프랜차이즈 성공신화를 새롭게 쓰고 있는 '핫랜드'.
일본에는 장수하는 기업들이 많다. 일본 기업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글이 차고도 넘치는 이유다. 하지만 저자가 주목한 것은 비단 일본 기업의 '장수(長壽)'만은 아니다. 일본의 많은 기업이 적게는 십여 명, 많아도 몇십 명에 불과한 직업만으로 그토록 오랜 기간을 지속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새삼 일깨운다.
그들은 어떻게 작은 규모 그대로인 채 100년을 버틸 수 있었을까?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명제를 금과옥조로 삼는 기업의 생리 속에 어떻게 예외가 돼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책에 소개된 모든 기업들은 오랜 전통을 가진 본업을 중시하지만,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만 기업 고유의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본의 성공한 작은 기업들은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무언가를 반드시 가지고 있다. 그 고집스러움 안에서 이루어지는 진화야말로 진짜 경쟁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