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자지러지는 아이 울음소리를 '노래'라고 표현하는 나라. 느려 터진 행정 시스템 안에서도 언제나 노인과 아이는 1순위가 되는 나라. 생의 1/4이 여름방학인 나라. 길바닥에 낙서 대신 시를 적는 나라.
저자가 만난 '진짜' 로마다. 누구보다 이탈리아를 사랑하고 잘 안다고 자부했던 저자는 아이를 낳고서야 '진짜' 이탈리아를 만났다고 말한다.
세상 어느 곳이라도 일상이 되어버리면 삶의 형태는 결국 비슷해진다. 게다가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희로애락뿐만 아니라 생로병사를 타지에서 견뎌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체류, 비자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출산, 학교, 집, 차, 세금, 의료, 교육, 각종 계약까지 살면서 처리해야 할 일들도 산더미다.
매 순간 만족스러운 삶이 어디 있으랴. 이탈리아에 산다고 발을 내딛는 자리마다 행복이 샘솟을 리 없다. 매일 새로운 상황과 문제에 부딪히며 '이태리 호구'가 되기도 하고 '외쿡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탈리아 가이드로 5년만 살다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마음먹었던 것이 어느새 14년째다. 더는 여행자도 아니고, 가이드도 아닌, 두 아이의 엄마로 로마에 살고 있다. 융통성은 없지만, 약자에게 관대하고 가족과 일상을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말 많고 탈 많은 해외살이도 제법 아름답게 채워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