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성장과 물가 경로, 금융안정에 유의하며 결정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경기와 금융불균형 사이에서 균형을 찾겠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상당기간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질 것을 시사한 셈이다.
9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하고 일반에게 공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2019년 5월’ 자료에 따르면 ‘향후 통화신용정책은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의 추이와 영향을 고려하여 성장과 물가가 예상경로에 부합해 가는지를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금융안정에도 유의하여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세계교역 여건,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금융불균형 위험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4월 금리 동결 이유로 성장과 물가 전망이 하향조정됐으나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점, 글로벌 무역 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대외 경제여건의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경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겠다는 뜻이다. 상하방 리스크가 있는 만큼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지표 의존적 결정)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분업 유인 약화와 지식집약화 진전 등 구조적 요인도 교역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향후 반도체 수요 회복 가능성과 미중 무역협상 진전 상황 등에 따라 교역 여건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고 봤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완화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글로벌 금융여건과 투자심리 개선을 통해 글로벌 경기 둔화흐름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미국 연준은 금년 중 정책금리 동결을 시사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현 수준의 정책금리를 적어도 금년말까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일본은행(BOJ) 역시 상당기간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지속할 방침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경우 최근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재부각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둔화 가능성, 미중 무역협상 전개 등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주요국 경제지표 움직임과 글로벌 통상여건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분양 및 신규입주 예정 물량 등이 많아 대출증가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19만8600호, 신규입주물량은 21만6700호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신규입주물량은 2016년(22만3400호) 이후 3년만에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