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전략을 내놓았다. 시스템반도체는 미래형자동차, 바이오와 함께 집중 육성키로 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핵심이다. 정부는 30일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사업장에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발표회를 갖고,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점유율 10%를 목표로 원천기술 개발에 10년간 1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000억 원 규모 팹리스 전용펀드도 만들고, ‘얼라이언스 2.0’이라는 협력플랫폼을 구축해 자동차와 바이오·의료, 사물인터넷(IoT)가전, 에너지, 첨단기계·로봇 등 5대 분야의 민관 수요 발굴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조성키로 했다. 시설투자를 지원하고, 대규모 투자유도를 위한 세액공제 등 혜택도 주기로 했다. 2030년까지 전문인력 1만7000명도 양성한다.
이에 앞서 삼성은 2030년까지 비메모리 연구개발(R&D)에 73조 원, 생산인프라 구축에 60조 원 등 133조 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의 전문인력 고용을 창출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공표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 참석,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해 사람과 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분야 국가 R&D를 확대하고,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파운드리 1위 목표를 적극 돕겠다”고도 말했다.
우리나라 주력산업 대부분이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스템반도체 집중 육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반면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는 3~4% 수준에 그치면서 미국, 일본 등과 엄청난 격차가 있다. 비메모리 시장 규모는 메모리의 2배에 이르고 부가가치도 크다. 앞으로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와, 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이 메모리의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1위이지만 경기사이클에 따라 업황이 크게 요동친다. 30일 공시된 삼성전자 실적발표에서도 1분기 영업이익이 6조2333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5조6422억 원)에 비해 무려 60.2%나 감소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60조5637억 원보다 13.5% 줄어든 52조3855억 원이었다. 주력인 반도체의 시황 악화가 치명타였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4조1200억 원에 그쳐 지난해보다 64.3%나 쪼그라들었다. 사상 최고였던 작년 3분기 13조6500억 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반도체는 한국의 최대 수출상품이다. 지난해 말부터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우리 경제 버팀목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시스템반도체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삼성 차원을 넘어 국가적 과제다. 과감한 뒷받침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정책이 동원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