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맹자시(盲子詩)

입력 2019-04-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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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740)은 ‘봄날의 새벽(春曉)’을 이렇게 읊었다. “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 처처문제조(處處聞啼鳥). 야래풍우성(夜來風雨聲), 화락지다소(花落知多少)” “봄잠이라서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자다 보니, 문득 곳곳에서 새 울음소리 들리네. 어젯밤 내내 비바람 소리 들렸으니 꽃은 또 얼마나 졌을까?” 眠:잠잘 면, 覺:느낄 각, 曉:새벽 효, 處:곳 처, 聞:들을 문, 啼;울 제, 鳥:새 조, 夜:밤 야, 來:올 래, 聲:소리 성, 落:떨어질 락, 知:알 지, 多:많을 다.

중국 고대시학 연구자들은 이 시를 봄날 새벽의 풍경을 가장 잘 표현한 시의 하나로 평가하면서 이 시를 더러 ‘맹자시’ 즉, ‘맹인 선생님의 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때의 ‘맹자’는 ‘소경 맹’에 ‘놈 자(者)’를 쓰는 ‘盲者’가 아니라 ‘아들 자(子)’를 쓰는 ‘盲子’이다. ‘者’는 불완전명사로서 ‘…한 사람(혹은 …한 것)’이라는 뜻이지만, ‘子’는 성씨 뒤에 붙여 ‘선생님’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접미사이다. 공자(孔子), 맹자(孟子)는 바로 ‘공선생님’, ‘맹선생님’이라는 뜻인 것이다. 그런데 ‘盲子’는 성씨가 아닌 일반명사 ‘盲’에 ‘子’를 붙였으니 시각장애인을 해학적으로 높여 불러 ‘맹인 선생님’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왜 이 시를 ‘맹인 선생님의 시’라고 했을까? 이 시는 봄날 새벽의 풍경을 읊은 시임에도 실지로 눈으로 본 풍경은 하나도 없다. 아직도 잠자리에 누운 채 귀로 듣고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만을 써냈다. 나른하게 잠을 자다가 어느 순간에 깨어보니 곳곳에서 새 소리가 들린다. 침상에 누운 채 새 소리를 듣다 보니 문득 어젯밤 잠결에 계속 비바람이 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정신이 번쩍 들며 꽃 걱정이 된다. “아차! 꽃이 다 저버렸으면 어쩌지?” 과연 盲子詩이다. 그러나 봄날 이른 아침의 정경이 실지로 본 것보다 더 잘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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