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학교(學校)

입력 2019-03-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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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첫 달의 절반이 지나고 있다. 학교에 낯설었던 신입생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배울 학’이라고 훈독하는 학교(學校)의 學은 「臼(절구 구)+宀(집 면)+爻(효 효)」로 이루어진 글자인데 초기 한자인 갑골문에 보이는 ‘學’ 자의 윗부분(오늘날 통용 정자체의 臼 부분)은 뭔가를 감싸고 있는 사람의 손 모양이다. 그리고 臼의 안에 들어 있는 ‘爻’는 두 획이 교차하면서 이루는 무늬 모양으로서 사실상 ‘文’과 같은 글자이다. 그러므로 學의 본래 의미는 ‘손(臼)으로 문자 혹은 문화(爻=文)를 감싸고 있는 집(冖)’이다. 문화를 감싸 보호하며 전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문화를 전해 주는 대상은 어린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집 안(冖)에 ‘子’를 넣음으로서 오늘날의 ‘學’ 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학교(學校)’의 ‘校’는 ‘木(나무 목)’과 ‘交(사귈 교)’가 결합한 모습인데 ‘交’는 사람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러므로 ‘校’의 본래 형상은 죄를 짓고서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는(交) 죄수의 손발에 나무(木)로 만든 형틀을 끼운 모습이다. 후에 의미가 확장되어 죄인을 가두어 심판하는 관청이라는 뜻이 되었고, 여기서 더 진화하여 아직 몽매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을 지칭하는 글자가 되었다. 學校는 처음부터 ‘몽매하고 철들지 않은 어린 학생들을 마치 죄인을 심문하듯이 시비를 따지며 엄하게 가르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태어난 단어이다. 학교는 본래부터 모종의 제약과 제재, 심지어는 ‘구속’의 의미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라는 단어가 가진 이러한 의미에 비추어 볼 때 오늘날 우리의 학교는 지나치게 자유롭다 못해 방만한 게 아닐까? 현실은 보다 더 엄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은데…. 아예 교육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하는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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