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에 사는 황 모 씨(40대)는 얼마 전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삼한사미' 탓인지 기침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항생제와 알레르기약을 처방받고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코와 목이 따갑고 답답하다. 어제부터는 눈이 뻐득뻐득해 안과도 예약했다.
한반도를 덮친 미세먼지 공습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호흡기 질환부터 눈, 피부, 우울감 등 종류도 다양하죠.
451억6000만 원. 미세먼지 때문에 호흡기 질환자들이 한 해 추가로 부담하는 의료비입니다. 안과, 피부과, 심혈관질환 등을 더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μg/m3 더 짙어지면, 기관지염 입원환자는 23%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들의 진료비를 따져봤더니, 2014년 4285억 원에서 2017년 5174억 원으로 3년 만에 20% 넘게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어린이와 청소년입니다. 면역력이 약해 미세먼지에 더 취약합니다. 4년 전 보험개발원이 청소년들 10대 보험사고 발생 원인을 따져봤는데요. 인두·후두·편도 질환이 교통사고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2006년 조사 때는 순위권에 없었는데 말이죠. 영유아는 인플루엔자·폐렴 비중이 높았습니다.
"미세먼지 특화보험은 없나요?"
의료비 증가는 자연스레 특화보험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그런 보험은 없습니다. 일단 미세먼지 농도와 질병과의 인과관계 명확히 따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객들 요구에 보험사들이 한때 상품 개발을 검토했지만, 부족한 통계자료에 요율 산출이 어려워 계획을 접었습니다.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의료비를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한 이유였죠.
2015년 중국 인민재산보험(PICC)이 공기 오염 지수가 일정기간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면 폐 검사 비용을 지원하는 '스모그보험'을 출시했는데요. 한 달도 채 안 돼 판매를 중단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일부 어린이 보험에서는 특약으로 미세먼지 관련 질환을 보장합니다. '호흡기 관련 질병수술비'나 '환경성 질환 입원 일당' 등을 통해 관련 질병을 앓으면 수술비나 입원비 등을 더 주는거죠.
하지만 사람 몰리는데 장서는 법이죠. 인슈어테크(보험+기술)가 활성화되면서 미세먼지 특화보험의 출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험 분야 핀테크 업체인 직토는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에 따른 손실을 보장하는 '기후리스크 특화 보험'을 늦어도 3월 안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보험사들이 기후보험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데요. 위험(리스크)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죠. 직토는 블록체인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를 보완할 계획입니다.
국민들 건강을 위협하는 1급 발암물질. 더이상 그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미세먼지 특화보험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합니다.
*용어설명: 삼한사미란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의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