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짧은 시간, 짧은 인생

입력 2018-12-2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이제 2018년이 나흘 남았다. 한 해가 시작되던 1월 1일에는 ‘한 해’라는 이름 아래 시간이 많이 쌓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으나 지나고 보니 역시 세월은 빨라서 순식간에 한 해가 다 가버렸다.

순식간은 ‘瞬息間’이라고 쓰는데 눈을 한 번 깜짝이는 시간이 ‘瞬(눈깜짝일 순)’이며, 숨을 한 번 쉬는 시간이 ‘息(숨쉴 식)’이다. 눈 한 번 깜짝이고 숨 한 번 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순식간이라고 하는 것이다. 瞬息間과 비슷한 말로 별안간이 있는데 ‘언뜻 볼 별(瞥)’과 ‘눈 안(眼)’을 쓰는 별안간(瞥眼間) 역시 눈으로 언뜻 한 번 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둘 다 매우 짧은 시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지만 瞬息間은 그야말로 짧은 ‘동안(어느 한때에서 다른 한때까지 시간의 길이)’을 나타내고, 瞥眼間은 사태의 출현이 급작스러울 때 사용하는 말로서 ‘느닷없이’와 비슷한 말이다.

순식간에 가버리는 세월 속에서 우리는 별안간에 맞는 수많은 일을 겪으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별안간에 맞는 셀 수 없이 많은 일의 개수로 보자면 굽이굽이 긴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역시 순식간에 불과한 게 인생이다. 순식간과 비슷한 말 중에 순우리말처럼 들리는 ‘잠깐’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잠깐’ 또한 한자어로 ‘잠간(暫間)’의 ‘간’이 경음화(硬音化:된소리로 변함)하여 잠깐이 되었다. 暫間의 暫은 칼로 뭔가는 베어 자른다는 의미를 가진 ‘벨 참(斬)’과 시간을 나타내는 ‘날 일(日)’이 합쳐진 글자로서 ‘베어 자르는 동안’의 짧은 시간을 뜻한다.

잠시 이 세상에 와서 별안간 닥치는 일들을 수없이 경험하는 가운데 순식간에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면 산수(算數)로는 그 순식간들이 모인 것이 인생이니 인생은 조금 긴 것으로 여길 수도 있으나 그 인생 또한 순식간에 불과하다. 세밑에 서서, 가는 세월을 탓하지 말고 순식간과 잠깐을 영원으로 이으려는 사랑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돌고 돌아 결국 홍명보, 그런데 문제는… [이슈크래커]
  • “고민시만 불쌍해요”…‘서진이네2’ 방송 후기에 고민시만 언급된 이유 [요즘, 이거]
  • "이별 통보하자…" 현직 프로야구 선수, 여자친구 폭행해 경찰 입건
  • 블랙핑크 제니, 실내흡연?…자체 제작 브이로그에 딱 걸렸다
  • 설욕전 대성공…'최강야구' 강릉영동대 직관전, 니퍼트 150km 대기록 달성
  • 경북 청도 호우경보 '폭우 또'…포항·경산·경주·영천·고령도 유지
  • 비트코인, 하방 압력 이겨내고 5%↑…"이더리움 ETF, 18일 승인 유력" [Bit코인]
  • '발등에 불' 네카오 경영전략…이해진·김범수의 엇갈린 행보
  • 오늘의 상승종목

  • 07.0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1,470,000
    • +0.59%
    • 이더리움
    • 4,354,000
    • +1.42%
    • 비트코인 캐시
    • 476,200
    • +2.61%
    • 리플
    • 615
    • +0.65%
    • 솔라나
    • 202,200
    • +3.22%
    • 에이다
    • 528
    • +1.15%
    • 이오스
    • 733
    • +1.66%
    • 트론
    • 182
    • +1.68%
    • 스텔라루멘
    • 123
    • +0.82%
    • 비트코인에스브이
    • 52,450
    • +2.24%
    • 체인링크
    • 18,500
    • -1.23%
    • 샌드박스
    • 418
    • -0.2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