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장기화되나?

입력 2008-06-13 16:44 수정 2008-06-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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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최대의 국정목표인 공기업 민영화 작업이 장기 표류할 위기에 직면했다.

발표 시점이 애초 이달에서 다음달로 넘어가는 등 일정 자체가 지연되고 있을뿐만 아니라 민영화의 핵심 내용도 대폭 후퇴하는 쪽으로 수정될 공산이 크다.

또 경제학회에서는 에너지공급의 안정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에너지공기업 민영화를 중단하고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밝히 한나라당과 기획재정부에 대해 청와대가 "늦어도 7월 이전에 개혁 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재천명했다.

특히 촛불시위와 맞물려 공기업 노조의 반발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그대로 간다'

청와대가 쇠고기 파문이 일단락된 이후 공기업 개혁을 본격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대운하 찬성은 16%이지만 공기업 개혁 찬성 여론은 50% 안팎에 달한다"면서 "공기업 개혁에 대한 찬성 여론이 이렇게 높은데 대운하는 버리더라도 공기업 개혁은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역대 정부에서 보듯 집권 초기 공공기관을 개혁하지 못하면 결국 좌초하는 결과를 빚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청와대측 기류는 지난 11일 첫 정례 당정협의회에서 경부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등 주요 정책들을 후순위 과제로 미루기로 합의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이전에 공공기관 개혁안을 공식 발표하고 추진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어 "경제가 불황일 때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경제가 되살아날 때 그 효과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기류는 청와대와 다르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물론 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실무 부처도 "공기업 개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내용 변화하나…노조 반발도 조짐

공공기관 민영화 및 통폐합 추진 시기가 애초 이달에서 7월 이후로 연기되면서 100여곳에 육박하는 민영화·통폐합 대상 공공기관 수도 줄고 그 내용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 조짐으로 민영화와 통폐합, 지주회사를 통한 통합 운영 등 세 가지 안을 놓고 정부가 저울질했던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개혁 방안이 결국 '두 기관 독립 존치'로 마무리된 것을 들 수 있다.

이재훈 지경부 2차관은 지난 12일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하는 방안도, 또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하지 않더라도 지주회사 형태로 가는 방안도 사실 심도 있게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조직이 과연 화학적 결합을 통해서 우리가 의도한 대로 갈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이 나왔다"고 최종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의 반발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공기업 노조는 진용을 갖춰 강력히 저항할 태세다. 민주노총은 '공공부문 시장화·사유화 저지 공동투쟁본부'를 발족하고, 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에 맞서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한동욱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실장은 "정부가 일정을 늦추겠다고 한 것은 본질적인 변화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민영화를 안 한다고 선언할 때가지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공공부문 구조개안 저지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공기업 개혁을 무산시키기로 했다.

◆"에너지공기업 민영화 중단돼야"

경제학계에서는 민영화는 오히려 비용 상승과 에너지 산업의 화를 가져올 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에너지공급의 안정성과 소비효율 향상이라는 사회적 편익을 어떻게 증진시킬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다시 공기업 민영화 주장을 제가하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공기업 민영화를 주장하는 논리가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들이 비교적 싼 요금에 전기·가스를 공급해 오면서도 다른 나라들처럼 적자 상태도 아니고 심각한 경영상의문제를 야기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또 "독점이나 과점이 불가피한 에너지산업의 특성사 우리나라도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민간 독과점이 형성돼 지금보다 전력·가스 요금이 인상될 것은 뻔하다"며 "오히려 그동안 민영화와 경쟁도입을 목적으로 분할된 전력산업 공기업을 재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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