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분변(糞便) ②

입력 2018-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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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AI예방당국이 표집하는 ‘분변(糞便)’ 대신 쉬운 우리말로 ‘새똥’이라고 하면 될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부분적으로 공감이 가는 반문이다.

그런데 ‘새똥’이라고 할 경우에 ‘똥’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벙어리, 귀머거리’가 쉬운 말이기는 하나 어감이 그다지 좋지 않아 ‘농아(聾啞)’라는 말을 사용하고, 성을 묘사하는 ‘ㅆ’의 한 글자가 비록 순우리말이기는 하나 ‘비속어’로 분류해 가능한 한 사용을 금하고 대신 ‘성기’ 혹은 ‘성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그 말이 풍기는 좋지 않은 어감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변이라는 말 대신 기왕에 사용해 왔고 또 널리 사용하는 ‘배설물’이라는 말을 쓰면 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糞便과 배설물은 비슷하지만 같은 말은 아니다. 배설물은 ‘排泄物’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밀어낼 배’, ‘샐 설’, ‘물건 물’이라고 훈독한다. 우리 몸으로부터 밀려 나오거나 새어나오는 것을 총칭하는 말인 것이다. 밀려 나오는 똥오줌, 새어 나오는 땀·콧물 등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런 까닭에 ‘糞便’을 ‘배설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한자를 사용하면 ‘배설물’처럼 간단명료하게 축약된 말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배설물’을 순우리말로 풀어쓰고자 한다면 ‘몸 밖으로 밀려 나오거나 새어 나오는 것’이라고 하면 될까? ‘고병원성(高病原性)’이라는 말은 ‘높게 무서운 아픔을 생기게 하는 까닭’이라고 풀어 쓰면 될까? 근본적으로 단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편리하고 유용한 한자를 왜 자꾸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동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 가보면 이 지역의 오래된 공통문자인 한자를 배척함으로써 학문적인(특히 인문학에서) 고립상태에 빠진 우리, 심지어는 ‘왕따’를 당하는 모습을 거울 들여다보듯이 볼 수 있다. 언제까지 한자를 폐기하고 있어야 하는지 참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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