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르켈’은 누구?...독일 여당, 위기 속 자중지란

입력 2018-10-3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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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8년 10월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8년 10월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년간 유지해온 보수 여당 기독민주당(CDU)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독일 여당은 구심력 저하 속에 후계 다툼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메르켈 총리는 29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에서 “나는 총리로 태어나지 않았다. 이 점을 잊은 적이 없다.”며 총리 지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2021년 연방의회(하원) 의원의 임기가 끝나는대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메르켈은 2000년 기민당 당수로 취임한 후 2005년부터 총리 자리에 올랐다. 작년 9월 총선에서 승리하며 네 번째 총리직을 맡아왔다. 이번 임기까지 채우면 한때 정치적 스승이었던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독일 최장수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재임 기간 독일의 영향력이 유럽에서 꾸준히 커지면서 메르켈은 역내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메르켈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결정적인 원인은 14일 바이에른 주에 이어 28일 헤센 주 의회 선거에서 정권을 지탱하는 양대 정당의 득표율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헤센 주 의회 선거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여당 CDU의 득표율은 이전 선거보다 11%포인트 이상 낮은 27%로 5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의 득표율은 지난 선거보다 약 11%포인트 낮은 19.8%로 전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가뜩이나 2017년 9월 치러진 하원 선거에서 여당의 의석 수가 크게 줄고, 연정 협의가 난항을 거듭한 끝에 정권이 성립된 후 내부 균열이 커진 터라 메르켈의 구심력은 크게 떨어진 상황. 당 대표와 총리는 동일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난민 정책을 둘러싼 정권 운영의 혼란 등으로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당내에서는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역사적인 패배의 배경에는 메르켈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당 사무총장은 28일 밤 “올 여름 난민 정책을 둘러싼 정권의 대립이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의 구심력이 저하되는 와중에 자중지란을 계속하고 있던 것이 직접적 패인이었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확신한다”며 “정권이 당장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 후임으로는 크람프-카렌바우어 당 사무총장과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새로운 당 대표는 다음 연방의회(하원) 선거에 총리 후보로 나서게 돼 사실상 메르켈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은 단계적으로 차기 당 대표에게 정권을 넘겨줄 의도다.

독일에서 여당 대표와 총리를 각각 다른 인물이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각 당의 대표는 총리 후보로서 선거에서 싸워야 하며, 승리한 정당의 당 대표가 원칙적으로 총리에 취임하기 때문이다.

과거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총리 시절에 SPD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도 총리직을 유지한 사례가 있지만, 메르켈의 이번 결정이 정권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차기 당 대표가 메르켈과 뜻을 같이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총리와 당 대표의 입장이 괴리하면 되레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메르켈이 2021년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SPD가 연정에서 탈퇴라도 하면 여소야대 정국으로 치달아 총선이 불가피해질 가능성도 있다. 2019년 5월 유럽 의회 선거, 같은 해 가을에는 동독의 3개 주에서 주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국이 더욱 불투명해지면 극우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한층 더 대두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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