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 38년 만에 전면 개정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8월 24일 변화하는 경제환경,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국무회의 등을 거쳐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이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서 주목할 내용 중 하나로 '정보교환행위에 대한 담합 규율 강화'가 있습니다. 공정위는 현행 담합 규정으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행위 규율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사업자 간 외형상 일치가 존재하고, 이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 담합 합의가 있는 것으로 법률상 추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금지되는 담합행위 유형으로 ‘가격ㆍ생산량 등의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추가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쟁제한적 정보교환행위란 무엇일까요. 사실 사업자 간 정보교환에 부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자들은 정보교환을 통해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등 효율성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자들이 가격 정보 교환 과정에서 가격을 인상할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면, 이는 가격 담합을 촉진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유력한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정보교환이 공동행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가격, 품질, 다양성, 혁신 등 경쟁의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 경쟁제한적 정보교환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정보교환행위를 독자적인 담합행위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판례도 정보교환만으로 담합 합의가 있다고 볼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395 판결 등). 이에 따라, 담합의 존재가 인정되려면 정보교환 사실 외에 관련시장의 특성, 교환된 정보의 성질•내용, 정보교환의 목적, 정보교환 후 외형상 일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담합 합의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외형상 사업자 간 공동행위의 일치된 외관이 존재하고, 이에 필요한 정보가 교환되었다면 공동행위 합의의 존재가 법률상 추정됩니다. 예컨대 경쟁관계에 있는 식품 제조업체들이 동일한 품목의 장래 가격 정보를 교환한 후 인접한 시기에 동일한 인상률로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면 가격 담합 합의의 존재가 법률상 추정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합의 추정을 복멸시키기 위해서는 사업자 측에서 그 행위가 합의에 기한 것이 아님을 입증해야 합니다.
한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정보교환행위 규율과 관련하여 ‘동조적 행위(concerted practice)’ 개념의 도입, ‘알고리즘 담합’ 규제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으나 동조적 행위나 알고리즘 담합 규제가 이번 전부개정안에 반영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조적 행위란 사업자들이 명시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경쟁의 위험을 회피하고자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그리고 알고리즘 담합의 경우 경쟁사업자들이 동일한 가격 결정 알고리즘을 채용하기로 명시적인 합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가격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선택한 결과 상품 가격이 유사한 수준으로 수렴하여 경쟁제한적 효과가 발생할 경우 담합행위로 규율할 수 있을지 여부가 특히 문제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규제 환경, 시장 여건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향후 구체적인 규제 방향이 설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전부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되어 시행될 경우 업계 동향 파악이나 시장 조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경쟁사 간 정보 공유 행위도 담합으로 규율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기업은 경쟁사 임직원과의 접촉 자체에 담합 리스크가 있음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먼저 사업 특성상 경쟁제한적 정보교환행위로 오인될 만한 관행이나 거래가 없는지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경쟁사 접촉 시 기록 관리 방법, 허용되는 정보 공유 범위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담합 리스크 방지를 위한 내부적 통제 장치를 수립•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