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개숙인 삼성, 아픈만큼 성숙하길...

입력 2008-04-22 17:21 수정 2008-05-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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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 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다." 이건희 회장의 뒷모습은 쓸쓸 했다.

'초일류 기업'을 표방하며 20년동안 삼성제국을 이끌던 그가 '삼성 비자금 특검'으로 온갖 수모를 겪던 끝에 내린 결론은 모든 법적·도의적 책임을 등에 지고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삼성그룹이 직면한 최대의 시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일 생중계로 진행된 쇄신안 발표를 보면서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일부 삼성직원은 "회장님의 퇴진과 함께 삼성그룹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전략기획실의 해체, 차명계좌 자금의 사회환원까지 예상보다 충격적인 내용일 줄은 몰랐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단 삼성그룹 내부의 충격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날 쇄신안 발표 이후 주식시장은 삼성그룹주 대부분이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세를 보였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경련을 비롯한 각 단체들은 이 회장의 돌연 사퇴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번 쇄신안을 바탕으로 삼성이 한층 더 성숙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지난 2006년도에도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여론이 거세지자 이 회장 일가가 8000억원의 사회공헌 기금을 내걸고 여론을 잠재우며 면죄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삼성을 비롯한 대한민국 재벌들의 고질병으로 지적해오던 불법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승계과정에서의 탈세혐의 등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국내기업 실적발표의 근간이 되는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를 연기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는가하면, 2008년 경영계획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올해 1분기를 보냈다.

이제 삼성은 충격에 빠져있을 여유가 없다.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 분발해야 한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옛말처럼 이번 쇄신안이 삼성에게는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기를, 그리고 비뚤어진 경영 관행에 물들었던 우리 기업들에게는 타산지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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