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총은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이사회 및 임시 총회를 열고 송영중 상임 부회장 해임을 의결했다. 233개 회원사가 참석해 224개사가 해임에 찬성했다. 경총은 송영중 부회장의 해임 사유로 △직원간 분열 조장과 사무국 파행 운영 △경제단체 정체성에 반한 행위와 회장 업무지시 불이행 △경총 신뢰 및 이미지 실추 등을 제시했다.
경총 관계자는 "송영중 부회장과 관련된 최근 일련의 사태에 관련해, 경총이 회원사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제단체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해임안 상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 달 넘게 이어진 송 부회장과 경총 사무국 간의 갈등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다만 송 부회장이 여론전과 법적 문제 제기를 통해 투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송 부회장은 해임 사태에 대비해 변호사까지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이날 임시 총회에 송 부회장의 발언 기회를 줬지만, 송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송 부회장은 지난 4월 부임한 뒤 노동계와 발을 맞추고, 5월 말부터는 일주일 넘게 출근도 하지 않아, 회장단이 크게 반발했다. 손경식 회장은 지난달 11일 송 부회장의 직무를 정지시켰고, 경총 회장단은 자진 사퇴를 권고했다. 하지만 송 부회장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업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총회를 통해 정식 해임에 나선 것이다.
송 부회장은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23회 행정고시를 거쳐 노동부에서 주로 근무했다. 이 같은 그의 이력 때문에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고 일각에선 노동계 입장에 맞서 경영계를 대변해야 하는 경총 부회장에 적합하지 않은 ‘친(親)노동계’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송 부회장 취임 이후 사무국 직원들과의 갈등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내부에서는 송 부회장이 전임 김영배 부회장 라인을 솎아내는 리스트까지 작성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영배 전 부회장은 2004년부터 올해 초까지 무려 14년간 경총 사무국을 총괄 지위한 인물이다.
특히 전날 일부 언론을 통해 김 전 부회장 시절 경총이 일부 사업수입을 유용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임직원 특별상여금(격려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경총은 실제 2004년 이후 일부 사업수입을 이사회나 총회 등에 보고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하면서 이 중 일부를 임직원 격려금 지급에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경총은 “사무국 직원들에게 다른 경제단체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기가 어려워 매년 우수 인력의 이탈과 사기 저하가 고질적인 문제였다”며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일반회계, 용역사업, 기업안전보건위원회 회계에서 일정 부분을 분담해 연간 월 급여의 200∼300% 내외의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 상여금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 오해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경총의 격려금 지급 관행을 문제 삼은 인물이 송 부회장이다. 이러다 보니 재계에서는 이번 비자금 의혹 제기의 출처가 송 부회장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경총은 임시총회에 참석한 회원에게 특별상여금 지급 등에 관한 회계 사항과 개선방안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고, 향후 특별상여급 등의 지급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손경식 회장은 “앞으로 공정한 경총 사무국 인사체제를 확립할 것”이라며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업무 절차·제도·규정을 정비하는 등 사무국 내 일대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밝혔다. 또 “회원사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부문별·업종별·규모별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분야별 위원회를 설치해 경총 정책개발 과정에 회원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