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2시간이 채우지 못하는 것

입력 2018-06-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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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훈 산업1부 기자

▲류정훈 산업1부 화학팀 기자
▲류정훈 산업1부 화학팀 기자
“담배 피우러 나가면 한 번에 서너 대씩은 피우고 들어와요. 업무시간이 줄어드니까 개인 시간도 줄어서 자리 비우는 게 눈치 보이죠. 중간중간 휴식이 필요한데, 오히려 능률이 떨어지는 기분이에요.”

‘근로시간 주 52시간’ 도입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감히 예측하건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드라마에 클리셰처럼 등장하던 ‘회사 옥상 신(scene)’이 아닐까. 더 이상 옥상에서 직장 동료들과 ‘한 손에는 믹스커피, 한 손에는 담배’를 쥔 채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이다.

마냥 좋을 것 같았던 근로시간 단축은 도입 전부터 직원들의 소소한 불만부터 업계의 시름까지 다양한 고민이 나오고 있다.

개인 정비 시간이 줄어드는 건 사소한 문제로 볼 수 있겠지만, 기업은 다르다. 만나는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들 모두 입을 모아 “정기보수가 가장 걱정된다”고 말한다. 정기보수는 365일 쉼 없이 돌아가는 석유화학업계의 설비가 유일하게 잠시 가동을 중단하는 때다. 정기보수를 끝내야 생산을 재개할 수 있어 기업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한다.

이 같은 문제는 인력을 더 뽑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기보수에 필요한 인력을 뽑았다가 보수가 끝나고 그들을 실업자로 만들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저임금도 상승한 이 시점에서 기업에 인력 고용은 말처럼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래도 비용, 저래도 비용’으로 기업들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업계에서 탄력근무제 도입을 요구하는 이유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은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 등 ‘인간다움’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도입해야 하는 시대의 흐름이다. 그러나 획일적인 도입 정책으론 채워지지 않는 것도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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