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끊이지 않는 '癌보험금' 부지급 분쟁,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8-06-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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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누가 판정하나요

▲지난 3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암 입원일당 보험금 부지급 보험사 횡포 고발센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암 입원일당 부지급 횡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책임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암 입원일당 보험금 부지급 보험사 횡포 고발센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암 입원일당 부지급 횡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책임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암보험을 둘러싼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갈등은 해묵은 이슈이지만, 엄연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암보험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건이었다. 2013년 55건, 2014년 58건, 2015년 72건, 2016년 140건 등 매년 증가세다. 현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에 접수된 암보험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700건이 넘는다.

더구나 최근 ‘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보암모)’이 적극적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한 뒤 암 보험금 지급 문제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은 최근 화요일마다 금융감독원 앞에서 △암 입원일당 보험금 즉각 100% 지급 △‘직접 치료’라는 약관 문구 명확화 등 목소리를 높여왔다. 앞으로 규모를 더 불리고 활동 반경도 넓힐 계획이다.

궁금증① 암 보험금 약관, 무엇이 문제? = 암보험을 둘러싼 분쟁은 본질적으로 암보험 약관의 모호성에서 비롯한다. 현재 생명보험사들의 암보험 약관을 보면 암 보험금을 지급하는 요건으로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으로 수술, 입원 등을 할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문제는 ‘직접적’이라는 수식어이다. 암 보험금 지급 대상을 가르는 기준인 ‘직접’, ‘간접’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에서부터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애초에 ‘직접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명료하지 않은데, 이를 약관에 넣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A에게 이걸 직접 전달해 줘”라고 했을 때 직접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직접 눈을 마주치고 물건을 건네는 것만이 직접일까? A의 집까지 찾아가서 택배보관소에 넣어 두는 것은 간접적인 행위일까?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기술이 다변화하면서 ‘직접적 암 치료’의 개념은 더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최근 요양병원이 활성화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이 도입된 여파다. 예전에는 암에 걸릴 경우 생존율이 높지 않았다. 생존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매우 짧았다. 그만큼 대부분 암환자들은 종합병원에서 생사가 갈렸다. 하지만 점차 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암 생존율이 높아지고, 그 기간 또한 길어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암환자들에게는 ‘요양’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혔다. 여기에서 받는 치료를 놓고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사이의 갈등이 일고 있다. 보험가입자는 요양 또한 암 치료의 일환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사들은 직접 치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궁금증② 2014년 4월 전에는 ‘직접적인 치료’ 개념이 없었다? = ‘직접적인 암 치료’라는 문구가 적힌 시점도 현재 논란의 대상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 34개사 중 27개사가 2014년 4월 일제히 암 입원보험금 지급요건 관련 약관을 ‘암 치료를 직접 목적’에서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으로 변경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암 보험금 지급에 있어서 ‘암 치료를 직접 목적’이라는 문구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 사회적인 비용이 컸다”며 “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암과 관련한 직접적인 치료라는 것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 약관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암 치료를 직접 목적’이라는 문구와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의 차이를 어디에 둘 것이냐 하는 데 있다. 보암모 측은 약관이 바뀐 뒤 치료 대상을 본격적으로 ‘직접 치료’에 한정함으로써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는 구실을 얻었다고 지적한다.

보암모 관계자는 “직접 치료라는 것이 2014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가짜 개념을 만들어 보험금 부지급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변경 전 약관에서는 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직접적인 치료’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았던 만큼 해당 시점에 가입한 보험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기 위해 문구의 순서를 바꾸긴 했지만, 약관의 내용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 변경을 하기 전후로 2008년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서 ‘직접적인 치료’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은 똑같다”고 일축했다.

궁금증③ 대법원 판례를 둘러싼 논란 = ‘직접적 암 치료’에 대한 근거가 되는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의견 차가 있다. 현재 보험사나 금융당국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는 2008년도 판결(대법원 2008다 13777)이다. 당시 대법원은 “환자의 면역력 강화를 통한 대체 항암요법인 압노바 및 헬릭스의 투여는 아직 항암 효능이 입증된 바 없다”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금감원은 2015년 보험사가 후유증, 면역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 2016년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16다230164)이다. 당시 대법원은 “요양병원에서 받는 일부 치료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요양병원에서의 치료를 직접 치료로 인정했다는 해석을 내리는 반면, 또 다른 측에서는 요양병원 중 일부의 치료만 직접 치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라는 소극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판례 모두 ‘심리불속행’의 경우라 판단 근거로 삼기에는 신뢰도가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리불속행이란 재판에서 본안의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심리불속행한 판결도 원심 판단이 있기 때문에 판례”라면서도 “대법원 자체의 판례는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심리한 판결보다는 영향력이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궁금증④ 약관 개정하면 보장범위 늘어나나 = 이런 약관 관련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금감원은 최근 암보험 약관 중 ‘직접적인 암 치료’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약관 개정으로 보장 폭이 크게 늘어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금감원은 앞서 살펴본 2016년 대법원 판례가 2008년 판례와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둘 다 직접적인 치료 자체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다는 점에서는 같다는 것이다. 또한 암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치료나 입원을 하더라도 보장 범위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약관을 명확히 한다고 해서 보장 대상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모른다”며 “요양병원 치료 중에 일부분이 직접적인 암 치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약관 개정과 함께 요양병원 치료를 따로 보장하는 특약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다. 바꿔 말하면 약관 개정을 하더라도 ‘직접적인 치료’만을 보장하는 기존 암보험만으로는 요양병원의 비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로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약관이 개정된다고 해도 ‘직접적인 암 치료’ 대상이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벼리 금융부 기자 kimstar1215@ 박미선 사회경제부 기자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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