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샌프란시스코, 낯설게 바라보기

입력 2018-05-28 10:49 수정 2018-05-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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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에 근무하면서 매일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 듣지만, 나의 여행은 항상 설레고 즐겁다. 5월 초 연휴에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다. 내게 미주지역 여행은 첫 경험.

샌프란시스코 근방에는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은 들어 봤을 법한 IT 기업들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인종과 성의 다양성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의 개발자들이 주로 체크무늬 남방을 입는다면, 이곳의 개발자들은 주로 후드티를 입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여-여’ 커플이 유니언스퀘어 하트 조각 앞에서 뽀뽀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으며, 여기저기 ‘All Gender Restroom’이라고 적힌 남녀공용 화장실도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강남역 한복판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럴 걱정이 없는가 보다 싶어서 부럽기도 했다.

대로변에 누워 있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자들도 샌프란시스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시사철 봄 같은 기후 덕분에 길거리에서 자더라도 최소한 입은 돌아가지 않아서 더 몰린다고 한다. 흔히 한반도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사계절이 뚜렷하다’라는 것을 배운다. 혹독한 여름과 겨울, 그리고 이제는 계절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미세먼지는 우리네 적응력을 길러 준다는 점에서 확실히 장점은 있다. 싱가포르나 러시아에서도 ‘여름이네’ 혹은 ‘겨울이네’ 하면서 잘 살 수 있으니까.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그런 극단적인 기후에 적응하는 게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 봤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더위와 추위일 테니까. 천국에서 살다가 지옥에서는 영 적응을 못 하겠다면, 그냥 천국에서만 계속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매일 온화하고, 꽃 피고, 공기 맑은 게 최고다.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낯설게 바라보기’가 가능한 점이 아닐까 싶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퇴근길의 한강 풍경도 갑자기 관광객의 시점으로 보게 된다. 처음 상경했을 때 드라마에서나 봤던 한강 다리의 뷰가 얼마나 멋있었던지 생각해 본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 출근, 실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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