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 ZTE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고강도 제재에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ZTE는 이날 홍콩증시 공시에서 “회사 주요 영업활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마찰이 악화일로로 향하는 가운데 ZTE가 가장 큰 타격을 본 모습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ZTE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며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간 금지한다는 고강도 제재를 내렸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서 ZTE는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ZTE는 미국 스마트폰 판매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활동 중단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ZTE는 가전제품과 통신 인프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미국 CNN머니는 ZTE가 이날 스마트폰 등 일부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ZTE는 지난 수 주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가 회사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으며 이달 초 미국 상무부에 거래 금지 명령 유예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수출 통제를 감독하는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 대변인은 “ZTE의 요청서를 검토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의 금지령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 의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백악관이 중국의 광범위한 기술적 야심을 견제하려는 때 나왔다고 WSJ는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차세대 이동통신인 5세대(5G) 기술에서 중국이 지배력을 갖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에 트럼프가 싱가포르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이례적으로 직접 차단하기도 했다. 브로드컴은 중국 업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ZTE가 스마트폰 사업부 자체를 경쟁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화웨이와 오포, 샤오미 등을 ZTE 스마트폰 사업 인수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꼽았다.
그러나 ZTE는 스마트폰 사업부를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화웨이와 오포 등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