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금리정책은 무용지물인가

입력 2018-04-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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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 기능을 잃고 있다. 금리는 경제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한국은행이 어떤 금리정책을 펴는가에 따라 경제의 양대 축인 투자와 소비가 달라진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금리인상을 본격화해 이미 한국 금리보다 높다. 외국자본의 유출이 본격화할 경우 경제가 금융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가계와 기업의 동반 부실이다. 가계부채가 1500조 원에 육박한다. 또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전체 기업의 15% 수준이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부도위기가 한꺼번에 올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금리를 낮춰야 한다. 한국은행은 손을 놓고 금리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민간소비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48.1%밖에 안 된다. 민간소비는 경제의 생존 기반이다. 민간소비가 증가해야 기업투자가 늘어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생겨난다. 경제가 이미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 고용창출 능력을 잃었다. 연초만 해도 30만 명에 이르던 일자리 증가가 2월 이후 두 달 연속 10만 명대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최고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경제정책이 고용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수단으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중소기업과 영세업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고용을 줄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해 경제위기를 재촉하고 있다. 당연히 금리를 인하해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에 발목이 잡혔다.

전반적으로 물가는 안정적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에 그쳤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저물가가 저성장을 유발하는 구조다. 물가가 기대 수준보다 낮아 기업들이 상품을 생산해 판매해도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투자가 감소하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저금리 정책을 펴도 소용이 없다. 금리를 낮춰 돈을 풀어도 투자나 소비로 흐르지 않고 부동자금으로 흘러 투기 거품을 일으킨다. 이 와중에 물가가 2중 구조를 형성하여 서민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일반물가는 낮아도 체감물가는 높다. 농식품, 서비스, 외식 등 생활필수 항목의 소비물가 상승률은 일반물가 상승률의 몇 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어떤 금리정책을 어떻게 펴야 하나? 기본적으로 자금이 생산적으로 흘러 금리가 본연의 경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정부는 부실기업 정리를 서두르고 규제를 개혁하여 기업의 창업과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을 실시하여 가계의 연쇄 부도를 막아야 한다. 그리하여 시중자금이 기업투자와 민간소비로 흐르게 해야 한다. 물가의 2중 구조도 개선하여 불필요한 서민들의 고통을 없애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을 적기에 신축적으로 펴 경제가 다시 일어서게 해야 한다. 외국자본의 유출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기업들의 창업과 투자가 늘면 외국자본은 금리와 관계없이 들어온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경제가 새로운 성장체제를 갖춘 후 펴는 것이 수순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금융기관의 돈벌이 행위다. 금융기관의 주요 기능은 기업이나 가계의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익을 번다. 그러나 담보를 잡고 예대금리차를 확대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버는 행위를 한다.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총 11조2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었다. 금융기관의 개혁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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