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명박정부 길들이기

입력 2008-03-3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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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길들이기가 시작됐다. 대선 이후 잠잠하던 북한 당국이 최근 대남 전술에 방향성을 갖추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개성공단 한국주재원 추방에 이어 미사일 발사, 선제타격 사과 요구 등 최근 며칠 동안 그들은 연이은 대남 책략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이런 책동은 한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새 정부 들어 강경 쪽으로 돌아선데 영향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6자회담에서의 핵협상이 부진해 그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은 그들의 입지가 불리할 때는 언제나 강경 노선을 택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90년대 핵위기 때는 남한 불바다 운운하며 겁을 주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벼랑 끝 외교’라는 막무가내 외교로 일관했다.

한국과 미국 등은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과 이른바 ‘All or Nothing'이라는 벼랑 끝 외교 전술에 말려들었다. 그 결과 한국은 특히 좌파 정권이 들어선 이후 햇볕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일방적으로 북한에 물자와 달러를 제공했다. 그러면서도 뭔 잘못이나 지은 양 북한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미국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얻은 게 별로 없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는 사실 국제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상식 밖 행태였다. 그런 북한을 대하려니 미국이 당황스러웠다. 워낙 상대가 어거지로 나오니 미국이 그만 양보하고 말았다. 그 양보의 업보가 오늘에까지 이어져 핵협상이 현재 지지부진하다.

새 정부는 그 동안 왜곡되었던 대북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북한 당국자에게는 매우 못마땅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남한의 일방적인 조공(?)에 익숙해 있던 북한 당국으로서는 새 정부가 그들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화가 났을 법 하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던지 그들은 이명박 정부를 길들이기로 작정한 것 같다.

북한이 선택한 길들이기 방법의 첫 단계는 군사적 위협과 남북관계 단절이다. 개성공단 상주요원을 추방하고 단거리 미사일을 서해상에서 발사했다. 그리고 한국의 국방 방침에 딴지를 걸었다. 최근 김태영 합참의장이 국회에서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질의에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선제타격 폭언’이라고 주장하고 이의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북한은 김 합참의장의 답변을 “가장 엄중한 도전이며, 공개적인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도발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주장은 그야말로 형평성 없고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10여년 전 그들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공갈친 것은 그 당시 남한에 대해 군사적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군사적 도발이었다.

이에 비해 김 합참의장의 발언은 군사적으로 위협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대비하는 방어개념의 소산이다. 북한처럼 남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과 공격개념의 발언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남한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수단으로서 얘기한 것이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 군사적 공격 위협 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가 방어개념으로 말한 것은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은 전에도 그랬듯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일방적이고 설득력 없는 주장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 당국자는 남한이 그들에게 고분고분했던 데 대해 익숙해있다. 요즘 남한 정부는 그들 입장에서 보자니 말을 잘 안 듣고 있다. 혼을 내서 길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단계로 착수한 것이 최근의 사건 동향이다. 아마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북한은 2단계 조치에 들어갈지 모른다.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퇴임자리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얘기한 바 있다. “북한이 서해5도 등에서 군사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우리 군은 적극 대응해 퇴치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너무 허약한 태도를 보였다. 국론도 어지러웠다. 그리고 북한은 우리가 약한 태도를 보였을 때 군사 도발 위협을 더 세게 했다. 이젠 우리가 그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 북한은 사실 그들의 군사 위협이 얼마나 허황된지를 알고 있다. 만약의 경우 한반도에 전쟁이 재발하면 한국은 큰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그 피해는 빠른 시일 내에 복구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전쟁이 재발하면 한반도에 북한이라는 나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전쟁이 나면 패자는 남한이 아니라 북한임을 그들은 잘 안다. 그런데도 북한은 전쟁 발발을 담보삼아 공갈을 일삼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북한의 이런 공갈에 부채질하는 건 남한의 친북주의자들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재발하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설령 전쟁을 통해서 통일을 이룰 수 있다하더라도 전쟁에 의한 통일은 그 피해가 너무 크다. 그래서 평화적 통일을 누구나 추구하고 있다. 우리의 이런 통일 정책을 북한은 악용하고 있다. 그들은 그래서 걸핏하면 전쟁 재발 운운하면서 남한을 겁주고 있다. 전쟁이 나면 그들이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남한에 대해 공갈치고 있다.

이런 북한에게 이제는 더 이상 공갈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길들이게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북한을 더 이상 공갈이 통하지 않음을 인식하도록 길들여야 한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대북관계에서 최우선 순위로 선택해야할 과제이자 숙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일이 중요하다. 북한과 관련한 각 부문에서 엄격하고 일정한 정책기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좌파 정권 때처럼 일방적인 양보가 없어야 한다. 튼튼한 국방 의지와 능력이 뒷받침돼야 함은 기본이다.

북한은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결국 움츠러드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들은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체제적 약점을 갖고 있다. 그들의 허풍과 공갈에 더 이상 휘둘려서는 안 되겠다. 이제부터는 한반도의 평화와 정치•군사적 이해관계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한국이 갖도록 해야겠다. 이 것이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본이자 완결판이 아니겠는가.

최재완 이타임즈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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