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부채 리스크에 경고등을 컸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MF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164조 달러(약 1만7483조)의 빚더미에 앉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IMF는 경종을 울렸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6년 기준 225%에 달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다. IMF는 세계 경제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부채 수준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64조 달러 부채 중 미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했다. 특히 중국의 부채는 2001년 1조7000억 달러에서 2016년 25조5000억 달러로 급증했다. 동시에 지난 10년간 민간 부문 부채 증가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국가 역시 중국이었다.
이 때문에 IMF는 중국을 향해 특별한 경고를 보냈다. IMF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규모가 크고 불투명하다는 특징이 있어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은행들이 당국의 규제에 발맞춰 단기 차입 규모를 줄인 것은 긍정적이며 펀더멘털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강하다며 이러한 개혁적인 움직임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주요국들이 갑작스러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정책을 펴면 또 다른 금융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를 향해 “결정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가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재정정책을 개선해 미래에 도래할 수 있는 경기 침체를 대비하고, 경기침체 시 공공 지출 확대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미리 부채를 줄여 놓아야 경제 후퇴기에 자금을 차입하는 데 어려움을 덜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IMF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시행한 감세 정책을 비판했다. 재정 확대 정책을 단행한 여파로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담당관은 “감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은 부채를 축소할 계획이 없는 유일한 선진국”이라고 꼬집었다. IMF는 “트럼프 행정부가 IMF의 권고대로 세율을 인상할 의도가 없다”며 “급속한 경제 성장이 세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우려했다.
IMF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불필요한 경기 부양책을 중단하고 부채를 축소하기 위해 세수를 늘릴 것을 촉구했다. 또 “수요 확대를 노린 재정 지출 정책이 더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중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정책과 거의 반대 반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막대한 부채 문제가 선진국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라고 IMF는 덧붙였다. 중간 소득에 해당하는 국가들도 1980년대보다 높은 수준으로 차입금을 쌓고 있다. 다만 독일과 네덜란드는 예외에 해당하는 나라로 지목됐다. IMF는 두 국가가 장기적인 경제 회복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재정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