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엔진은 허벅지다. 하체를 단련해 주는 운동에 안성맞춤인 운동기구가 바로 자전거. 모터로 달리는 전기자전거는 이율 배반처럼 느껴졌다.
이런 저런 선입견을 안고 펜텀 제로를 직접 탔다. 코스는 서울 쌍문동부터 성수동에 위치한 서울숲까지 왕복 36㎞. 자전거 도로와 중간 중간 일반도로 주행 코스를 섞었다.
스위치를 터치한 뒤 단계를 올리면 오토바이처럼 나갈 줄 알았던 팬텀.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적이 흘렀다. ‘고장인가?’ 의문도 잠시. 페달을 살포시 굴려보니 내가 쓴 근력에 비해 더 큰 힘으로 나아갔다. 기존 자전거로 따지자면 맨 처음 발을 구를 때 들이는 큰 힘에 절반 정도 줬을까? 생각보다 큰 힘으로 자전거가 앞으로 돌진했다.
타기 전 운동량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아니, 차라리 전기자전거에 대한 우매함이었다. 팬텀 제로는 페달을 돌려야 비로소 모터가 작동한다. 파워 어시스트 시스템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내 운동량이 있어야 전기자전거를 작동시키면서 주행을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파워 어시스트 모드는 0~5단계로 구성된다. 0단계는 일반 자전거 모드로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1단계부터 모터가 작동하고 2단계, 3단계로 높일수록 모터가 내는 에너지가 강해진다. 예컨대 1단계에서 시속 15㎞까지 지원해준다면 5단계에선 시속 25㎞까지 속력을 내게 도와준다. 힘을 덜 주고 빠르게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단계를 위로 높이면 된다. 포장이 잘된 자전거 도로에서 1단계에 고정한 뒤 평소보다 여유 있게 달렸다.
파워 어시스트 시스템이 진가를 발휘한 건 오르막길에서였다. 경사가 가파를수록 많은 운동량이 필요하다. 다리 근력이 부족하면 오르막길은 난공불락의 길이다. 장시간 주행으로 체력이 떨어진 경우는 더욱 그렇다. 팬텀 제로는 이런 부담을 해소해주기에 충분했다. 경사 구간에서 3~4단계로 파워 어시스트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힘 들이지 않고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해 체력 손실이 없었다.
경사가 곳곳에 있고, 비교적 평탄하지 않은 일반 길을 주행할 때 파워 어시스트 시스템의 도움을 받았다. 왕복 36㎞를 다녀왔는데도 다리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았다. 3시간 충전하면 70㎞(1단계 구동 기준)까지 주행 가능해 출퇴근 용으로 손색이 없다.
성능을 시험하고 나니 수려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20인치 바퀴를 적용한 콤팩트하고 휴대성 좋은 미니벨로 타입으로 무광 블랙 색상을 입혀 고급스러움과 유니크함을 동시에 잡았다. 프레임은 다운튜브를 없애고 앞바퀴부터 배터리 장착부까지 하나의 라인으로 디자인해 깔끔하다. 안장 밑에 부착된 배터리는 후미등과 함께 배터리 잔량 표기 기능을 겸해 편리하게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전조등도 프레임 내에 기본으로 탑재돼 있어 LCD 패널로 켜고 끌 수 있다. LCD 패널은 주행 가능 거리와 주행시간, 속도 등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USB포트를 추가해 주행 중 핸드폰 충전도 가능하게 했다.
무게는 17㎏으로 일반 자전거보다는 무겁지만, 모터가 달린 다른 전기 자전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가격은 98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