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법무부 노골적 '친기업 정책' 재고하라"

입력 2008-03-21 16:44 수정 2008-03-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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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장적 경영권 방어제도 철회ㆍ노동자 위한 정책 담아야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업무보고에 대해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우려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법무부의 업무추진이 '기업 코드' 맞추기 일색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즉각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사회에 따르면 김 장관의 보고 골자는 기업에 보다 많은 '당근'을 주고 반기업활동에는 '채찍'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현정부에 대해 법무부의 노골적인 코드 맞추기라는 게 시민사회 목소리다.

◆ 말많은 포이즌 필ㆍ차등의결권

김 장관은 이번 업무보고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이즌필 및 차등의결권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도입되면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환영일색이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매수자가 이사회 동의 없이 일정 지분 이상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낮은 가격으로 다른 매수자에게 주식을 취득할 권리를 주는 제도다. 차등의결권이란 기업의 지배주주에게 보통주의 수십~수백배의 의결권을 부여해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들은 무능한 경영진이 자리 보전을 위해 악용할 수 있고 주주가치의 하락을 야기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시 돼 왔다.

지난 정부의 상법개정과정에서 이 제도들에 대해 여러 차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바 있었다. 최종적으로 2006년 입법예고 된 상법개정안에서 포이즌 필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법무부는 소유구조가 분산돼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에 노출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안정적 경영권 보장과 기업성장을 위해 이들 제도를 도입 해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2003년 소버린 펀드에 의한 SK그룹의 경영권 위협 등의 사례와 삼성전자, 포스코 등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우량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업무보고가 있은 다음날인 20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법무부가 추진하는 경영권 방어제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 위원장은 “경영진의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해외투자 유치에도 걸림돌이 된다”며 반대 뜻을 비쳤다.

◆ 시민단체 "법무부 자가당착에서 벗어나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는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제 도입 추진과 관련 심한 우려를 표명하며 법무부가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경영권 방어 제도의 도입은 이사의 의무에 대한 법적 통제장치의 완비 여부, 시장 규율의 유효성 정도, 현존하는 회사 비리의 유형과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법무부가 그동안 적대적 M&A 사례가 얼마나 있었는지 실질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일부 대기업에 대한 사례로만 도입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외국자본 대 국내자본의 대결구도 속에서 경영권 방어 제도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법무부의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외국인정책의 추진과는 정책 방향도 다르다. 이는 법무부의 자가당착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의 도입은 반시장적이고 경제력 집중과 소유지배구조 왜곡을 야기하는 재벌친화적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제도들이 새정부가 표방하는 '시장 친화', “개방과 글로벌스탠더드 추구“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일부 재벌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선 법무부의 재벌 편향적 발상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의 즉각 재검토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노동자 위한 정책은 실종

김 장관의 업무보고에서 노동계는 기업활동 편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노동자를 위한 업무추진 내용은 찾아볼 길이 없다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김 장관은 “불법 노동쟁의 근절”을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적용해 떼법 문화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는 기업이 노조 등을 상대로 손쉽게 손해배상을 받아 낼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자신과는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각종 집회마다 참가해 폭력을 행사하는 ‘상습 시위꾼’을 색출해 엄단하고 불법 파업에 대한 형사재판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함께 판결하는 ‘소송촉진특례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법무부는 기업의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벌금을 과태료로 대폭 전환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방침이다.

이에대해 민주노총은“노동계를 엄단하겠다는 계획을 채웠다면 정작 기업의 부당 노동행위,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에 대한 처벌 계획이나 개선책도 한두개쯤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이번 업무보고 내용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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