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최대 10년까지로 상향하고, 이에 따라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피해자의 진술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등에 대한 무료법률지원이 강화된다.
여성가족부(장관 정현백)는 8일 오전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등 12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방지와 신변보호를 위해 실질적이고, 즉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아울러 고용이나 업무관계, 사제(師弟)·도제(徒弟) 관계, 그 외 비사업장 기반의 일방적 권력관계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 문화예술계․보건의료계 등 민간부문 전반의 성희롱·성폭력을 뿌리 뽑는데 중점을 뒀다.
정현백 장관은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장 오래된 적폐인 성별 권력구조와 성차별 문제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마침내 터져 나온 것으로, 이제는 미투 운동을 넘어 사회구조적 변화를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할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이번 대책을 포함해 그동안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 마련한 일련의 대책들을 범정부 협의체를 중심으로 앞으로 종합화·체계화해 이행점검하고 보완해 나감으로써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형법’ 등 관련 법률 10개를 제•개정하고, 행정적 조치는 조속히 시행하기로 했다. 부문별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직장에서의 신고․감독 및 권리구제 강화
우선 고용노동부 누리집(홈페이지)에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시스템을 개설·운영키로 했다.
이를 통해 고용부는 익명 신고만으로도 행정지도에 착수, 피해자 신분노출 없이 소속 사업장에 대한 예방차원의 지도 감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건 자체가 은폐되거나 피해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 경영자(CEO) 직보 시스템을 확산하고, 고용평등상담실의 전문인력을 통해 성희롱 심층상담 지원과 근로감독과의 연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남녀고용평등 업무 전담 근로감독관(2018년 47명)을 배치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집중 감독하고, 외국인 여성노동자의 성희롱 피해 예방을 위해 외국인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사업주의 성희롱 행위와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 미조치 등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형사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과 법인 대표 이사가 직장 내 성희롱의 직접 가해자가 된 경우에는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문화예술계 특별 조사·신고 및 대응 체계 강화
문화예술분야 성희롱․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민간전문가 등 10인 내외로 구성된 ‘특별조사단’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신고․상담센터’가 100일간 운영된다.
문체부에 따르면 특별조사단은 ▲사건조사 및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자 구제 및 문제점 파악 ▲가해자 수사 의뢰 ▲특별 신고․상담센터와 연계한 2차 피해 방지 등을 수행하게 된다.
또 특별 신고․상담센터는 피해자 상담부터 신고, 민형사 소송 지원, 치유회복프로그램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접수된 피해 사례는 경찰 또는 특별조사단과 연계해 고소․고발을 진행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피해자 지원조치도 한층 강화한다.
우선, 예술치료 등 피해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심리치료․치유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해 해바라기센터에 배치키로 했다.
또 연극 등 예술인이 주로 활동하는 곳의 해바라기센터와 관련 단체와의 연계를 강화하여 예술인 피해자를 중점 지원하는 한편 문화예술, 대중문화, 체육 등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성폭력․성희롱 사건대응 지침(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할 계획이다.
문화예술 등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마련됐다.
실제로 성폭력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보조금 등 공적 지원에서 배제되도록 상반기 중 문화체육관광부 국고보조금 지침을 개정하는 한편 국립문화예술기관․단체의 임직원 채용과 징계규정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소관 단체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방임 또는 조력, 사건 은폐, 2차 피해 등이 파악되면 관련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키로 했다.
◆보건의료분야 대응 및 가해자 제재 강화
보건복지부는 간호협회 인권센터와 의사협회의 신고센터를 통해 의사 선후배간, 의사-간호사간 등 성희롱․성폭력 신고접수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의료인의 성폭력 대응 및 피해자 2차 피해 방지, 수사기관 및 성폭력 피해상담소 등의 연계 제도 활용 등을 반영한 대응매뉴얼을 제작·보급하고, 의료인 양성 및 보수교육에 성폭력 예방 교육을 추가․강화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다.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환경평가 등을 통해 전공의 대상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 2차 피해 등 부적절한 대응이 확인될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과태료, 의료질 평가지원금 감액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이밖에도 의료기관 내 도제식 수련방식, 폐쇄적․강압적 조직문화로 인한 성폭력 등을 예방하고, 의료기관 각종 평가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피해자 보호 및 대응 등을 지표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
경찰청은 성폭력 피해자를 밀착 보호하고, 2차 피해 방지에 주력키로 했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피해자의 진술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손해배상 등에 대한 민·형사상 무료법률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상담과정에서 피해자 해고,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 확인 시 해바라기센터 연계를 통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관련 법률을 개정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에 대한 규정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성년자인 성폭력피해자의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정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수사과정 전반의 피해자 접촉은 원칙적으로 여성경찰관이 전담토록 하는 한편 피해자 신분 노출 방지를 위해 가명조서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팀장,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등 915명을 미투피해자 보호관으로 지정․운영할 것“이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책임지고 피해자 사후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의 소송 등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피해사실을 공개할 수 있도록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위법성의 조각사유(형법 310조)를 적극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경찰청은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상 악성 댓글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