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종의 서킷브레이크] ‘신뢰’ 무너뜨리는 올빼미 기업들

입력 2018-02-28 11:00 수정 2018-03-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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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주식시장의 가장 큰 덕목은 ‘신뢰’다. 기업과 투자자 간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시전의 노름판과 다를 바 없다. 모든 투자 활동은 기업들이 건전한 영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올려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투명한 경영 활동을 투자자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투자자에게 최대한 손해가 가지 않도록 보호해야만 한다. 이렇게 서로 간의 신뢰와 믿음이 생겼을 경우, 기업과 투자자가 공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또 신뢰와 믿음은 우리 자본시장을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여전히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 ‘투자자 보호’라는 상장기업의 덕목은 온데간데없다.

국내 최대 패션의류업체인 한섬은 23일 금요일 오후 6시가 넘어 대규모 공급계약 해지를 공시를 통해 알렸다. 이날 한섬은 중국 항저우(杭州)지항실업유한공사와 체결했던 836억 원 규모의 상품공급 계약이 해지했다고 밝혔다. 최근 매출액 대비 13.56%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날 장중 개인투자자들은 2만 주 넘게 한섬 주식을 사들였지만, 기관투자가들은 2만여 주 가까이 내다 팔았다. 외국계 창구에서도 최근 3거래일 연속 지분을 팔아치웠다. 악재성 공시를 거래할 수 없는 시간에 맞춰 슬그머니 내놓은 것이다. 결국, 기업의 올빼미 공시에 개인투자자들만 손쓸 방법 없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았다.

비단 한섬만의 일은 아니다. 얼마 전 설 연휴에도 기업들의 올빼미 공시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번에는 다소 늦어진 연휴가 기업들의 결산시즌과 맞물리면서 악재성 공시가 많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한미약품이다. 2016년 9월 호재성 공시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이후 대형 악재성 공시를 내 골탕을 먹였던 한미약품이 또다시 올빼미 공시의 중심에 섰다. 한미약품은 설 연휴 직전에 기술수출한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시험 중단 내용을 공시했다. 이 여파로 설 연휴가 끝나고 19일 개장한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8.5% 떨어졌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이 중단된 건 처음이 아니다. 당뇨 바이오신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퀀텀프로젝트’ 계약 일부가 해지되면서 임상 3상이 1년 가까이 지연됐고, 얀센에 수출된 비만 당뇨 바이오신약 ‘HM12525A’도 2016년 말 임상 1상이 돌연 중단됐다가 지난해 별도의 임상 1상이 재개됐다. 시장에선 무엇보다 한미약품이 설 연휴 직전에 슬그머니 악재 공시를 낸 것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코스닥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우량 기업들이 몰려 있는 코스피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항공우주, 신원, 화신, 세종공업, 흥아해운 등 많은 기업이 자기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며 올빼미 공시를 내놓았다.

매번 반복되는 기업들의 이런 행태는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악재성 공시에 대해서는 장중 공시를 하게 하거나, 늑장 공시에 대해서 과징금 처분을 강화하는 등 직접적인 조치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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